살구

파리의 안나 12

by Anna

축 처지는 하루. 여전히 비가 내린다. 오늘의 최고 기온도 17도다. 멀리 나가는 건 애초에 포기하고, 맘 편히 오전을 보냈다. 배가 고파 딸랑 거리는 동전지갑을 주머니에 넣고 점심으로 먹을 식량을 사러 프랑프리에 갔다.

납작 복숭아를 사려고 했는데 만져보니 너무 물렁물렁해서 더 싱싱해 보이는 살구를 골랐다. 딱 5개만 봉투에 담고 옆에 기계에 올린 뒤 과일 버튼을 누르려고 하는데 살구가 불어로 뭔지 몰라서 조금 버벅거렸다. 내 살구 5개는 0.94유로다. 생각보다 과일이 싼 것 같다.


점심밥으로는 전자레인지에 돌려먹는 피자를 골랐고, 계산할 때 약통으로 만든 지갑에서 동전을 꺼내는 시간이 조금 소요되었지만 이전보다는 편리하게 동전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숙소에 돌아와서 피자를 먹다가 민박집 매니저 언니의 라면을 조금 얻어먹고, 살구를 나눠주었다. 생각보다 달콤했다! 그 이후에는 방에서 일기를 정리하고, 오후 5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에펠탑을 향해 갔다. 오늘은 정말 디카와 교통카드, 우산만 챙겨 들고.

날씨는 안 좋았지만 샤요궁에서 비보이들이 춤을 추기에 구경했는데 재미있었다. 특별한 일은 안 했지만, 에펠탑을 보고 왔으니 된 거다. 오늘 처음으로 에펠탑이 어두워 보였다. 날씨와 내 기분에 따라서 좌지우지되는 것 같다. 내일은 제발 비가 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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