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
멍~
아무 생각이 없다. 몇 분, 몇십 분째
생각 없이 벽만 바라보고 있자니 어느 계절의 그림이 펼쳐진다.
그 그림 속에서 나는 무언가를 발견한다.
나비가 수레국화 위에 앉아있다
풋풋함을 머금은 두 청춘이 그 모습을 바라본다.
수레국화와 하얀 나비처럼 그들의 모습도 아름답다
풀향이 가득한 꽃밭의 오후는 싱그럽다
적막하리만큼 고요한 수풀 속에서 분주히 움직이는 것들이
보이는지 어린 커플의 움직임도 바빠진다.
오레가노가 빼곡한 초록 안에서
순식간에 후르르륵 지나가는 장끼와 어린 새끼들로 인해 깜짝 놀란다.
불과 얼마 전의 일인 듯 한 그림이 눈앞에 펼쳐지지만
생각해보면 십여 년이 훌쩍 넘은
산골 살이 할 때의 모습이다
많은 것이 달라진 도시에서의 오늘을 그땐 상상이나 했을까.
풋풋했던 청춘은 도시에서 익어가는 그들의 정신을
얼마큼 바로잡고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