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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르미 Aug 07. 2024

못 살겠다, 도피 여행기 1

내가 번아웃이라니



행복의 비결


나는 행복이 참 쉽다고 생각했다.

일상에서 마주치는 모든 것들에 딱 5초만,

머무르면 된다.

잠시만 멍을 때리고 보면 다 고마워진다.


하늘이 예뻐서 고맙고,

길가에 난 풀이 예뻐서 고맙고,

오늘 먹은 밥이 맛있어서 고맙고,

내 앞에 이 사람이 있다는 게 고맙고,

눈뜨고 잠들 때까지 감사한 것들로 가득해진다.


감사한 것들로 가득하다니

축복받은 삶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행복해진다.(무교임)



이렇게 살면 기분이 안 좋다가도 금방 행복해질 수 있다.

하늘만 5초 올려다 보면 되니까.


아무 생각없이 책상에 손을 얹었는데 부드럽게 차갑네 기분 좋아,

햇살에 먼지가 비치네 감성 터져 기분 좋아 하면서,

세상 뜬금없이 행복해질 수 있다.


일상이 감탄할 것들로 뒤덮이는 것이다.



그렇게 매 순간 음미하면서 사는 것,

쉽고 깊게 행복해지는 것이 내 행복의 비결이었다.  




“인생의 즐거움을 중요한 목적으로 삼지 않고

지나가는 길에 얻을 수 있을 때,

인생을 즐거운 것으로 만들 수 있다.”

 <존 스튜어트 밀 자서전> 존 스튜어트 밀 저, 박홍규 역, 문예출판사, 160p




이렇듯 일상의 모든 작은 것들에 쉽게 웃고 깊게 감동한 덕분에,

나는 리액션이 큰 파워 ENFP로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었다.


그랬다.

그랬는데,

그렇게 평생을 살아왔는데,

갑자기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죽어있는 사람


컬러판이던 삶이 흑백으로 보인다고 해야하나.


제 작년 11월 무렵,

자고 일어났는데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하늘을 봐도 감흥이 없고,

맛있는 것을 먹어도 맛있지가 않았다.

향긋한 차 냄새를 맡아도,

좋아하는 음악을 들어도,

투박한 나뭇결을 만져도,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사람을 만나는 것도 귀찮아졌다.


그냥 하늘. 그냥 음식.

그냥 나무. 그냥 사람.



삶을 지탱하던 모든 것들이 사라졌다.

산송장이라는 말이 이런 거구나.

내가 죽어있는 사람 같았다.



피곤해


...또 보러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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