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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르미 Aug 14. 2024

못 살겠다, 도피 여행기 2

내가 번아웃이라니





피곤해


몸에서 먼저 신호가 왔다.

매일 몸살인 상태로 사는 느낌?

하루 종일 뇌가 뿌연 느낌?

항상 피곤하고 흐리멍텅했다.

그러다 위가 가장 먼저 고장 났다.

현대인이라면 위염 정도는 달고 살지 않나?

하는 안일한 생각으로ㅋㅋ… 2년 넘게 위염을 달고 살다가,

배에 원인 모를 두드러기가 나더니

피부 껍질이 벗겨지기 시작했다.




부족해


그런데 그런 상태가 놀랍거나 심각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냥 납득이 갔다. 피곤할 수밖에.

하루 5시간 자고 자발적인 새벽출근과 야근을 밥 먹듯이 했으니까..

월급으로는 빠듯해서 강의 집필 같은 부업도 했다.

대학원 졸업논문을 쓰면서 첫 직장을 다녔고,

논문이 끝난 뒤에는 사무국장이라는 큰 직책을 맡게 되었다.


전공을 살린 직장이라 임하는 마음가짐도 남달랐다.

배운 것을 실천하고 싶었다.

잘하고 싶었다.

해보고 싶은 일도 많았다.

처음 하는 일들을 익히고,

꿈꾸던 일들을 시도하느라 항상 정신이 없었다.

자리와 꿈에 비해 언제나 내 자신이,

한참 부족한 것처럼 느껴졌다.




은둔 생활


나는 취미 부자에 사람 사귀는 것을 좋아하고 이런 저런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일을 시작하고부터는 전부 내팽개쳐졌다.

하는 모든 것들을 일과 연결 지었고,

일 외의 것들은 안중에 없었다.

눈뜨고 잘 때까지 하루 종일 일 생각이 났다.


퇴근 후나 주말에 리프레쉬 하려고 노력도 해봤지만,

막상 주말이 되면 뭘 할 에너지가 남지 않았다.

사람을 많이 만나는 일이어서 쉴 때까지 누군가를 만나고 싶지 않았고,

쉴 때 외출하거나 뭔가를 하고 오면 내일이, 다음주가 피곤해졌다.

그래서 주말마다 하루 종일 방에 박혀서 잔뜩 먹고 자기만 했다.


그러다 보니 일로 만나는 사람들만 만나게 되었고,

일 아니면 방콕 생활을 반복하게 되었다.

일 외의 생활이 있다기보다는,

일하면서 방전 > 방전된 몸 충전 > 일하면서 방전 ….의 패턴이 반복되었다.

첫 직장이니까 그렇겠지,

익숙해지면 나아지겠지 하던 생활상이 2년 가까이 지속되었다.




달릴 시기야


가끔씩 새까만 고속도로 터널에 갇혀 앞만 보고 질주하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이렇게 살 시기라고 생각했다.

대학원을 졸업하고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사회초년생이니까.

몸이 조금 축나더라도 본격적으로 달려야 할 시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매일 매일 아프고 고단해도,

‘왜 아픈지 나도 아는데, 지금은 어쩔 수 없어’ 라는 생각으로,

흐물흐물 거리면서 버텼다.




짜증 대마왕


그런 생활이 1년 8개월쯤 지속되니,

다 소진된 몸을 이고 지고 사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짜증이 주체가 되질 않았다.

두통이 잦더니 평소에 하기 싫어하던 일을 하면 머리가 조이는 느낌이 들면서

‘이게 이 정도로 힘들어 할 일이야’ 싶을 만큼 참을 수 없이 짜증과 화가 치밀어 올랐다.

학원 가기 싫어하는 어린애 마냥,

하기 싫은 일을 미루고 미루다가 울면서 하기도 했다.

감정 조절이 안 된다고 할까.


그래도 하늘 보면 금세 웃고 그랬는데…

그것마저 사라지니 암흑 같은 매일이 반복되었다.

우울하다가.. 조금만 스트레스 받으면 빡쳐서 울다가.. 우울하다가..

그런 매일이 반복되었다.

그러면서 아무 것도 하기 싫어졌다.

아무 것도 하기 싫은데 ‘해야하니까 억지로 하는 느낌’이 들었다.

일을 향한 열정마저 사라지는 것 같아 무서웠다.

이게 사라지면 아무 것도 남는게 없는데…

해결해야한다는 의지까지 사라지기 전에 뭐든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뒤늦게 정신 상담을 받았다.




사가 답?


… 또 보러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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