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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르미 Aug 21. 2024

못 살겠다, 도피 여행기 3

내가 번아웃이라니



퇴사가 답?


번아웃이 온 것 같다고 하셨다.

답을 주기보다는 계속 질문을 하셨다.

질문에 응하다 보면 스스로 답을 찾게 되는데,

이렇게 가도, 저렇게 가도 퇴사가 답이었다.

나의 이런 저런 행동 습관과 사고 습관이 바뀌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지금 하는 일을 그만두는 수밖에 없었다.


'무슨 말인지 알겠는데,

저는 지금 하는 일을 그만 두고 싶지 않아요.’

답을 내고도 답을 거부하는 나에게,



삶을 길게 보셨으면 좋겠다.

근본적인 원인이 해결되지 않으면 

무슨 일을 하든 이런 상황이 반복될 거고,

지금 처한 상황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근본적인 원인을 보살필 수 없다.


일을 그만 두고 싶지 않다고 말하시지만,

몸과 마음은 일을 그만 두고 싶다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정말로 일을 그만 두고 싶지 않은 건지,

그만 두고 싶은데 그만 둘 수 없는 이유가 있는 건지,  

스스로에게 되물어 보셨으면 좋겠다.

잘못된 마음은 없다. 어떤 마음이 들든 괜찮다.

드는 마음을 억압하거나 부정하지 말고 인정하는 태도로,

진짜로 원하는 게 뭔지,

스스로의 마음을 충분히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지셨으면 좋겠다고 말씀해주셨다.



정말 귀중한 말이었는데, 당시에는

 ‘내 상황을 너무 모르시네…’

하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일을 그만둔다는 생각 자체를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일을 그만두라니....그게 말이 돼?

지금 벌려둔 일이 얼마나 많은데

이제 막 시작한 일이 얼마나 많은데

비슷한 사업, 활동하시는 조합원들끼리 분과 만드는 것도 이제 시작했고,

이런 수업, 이런 집필도 하려고 했는데..


이제야 좀 익숙해진 거 같은데..

이제야 뭣 좀 해보려고 시동 걸었는데..


어떡하지.. 나?





마지막 보루


번아웃을 검색해보니 꼭 그만두기까지 해야하는 건 아니더라.

소진된 거라니 푹 쉬면 되지 않을까?

마침 한달 해외여행을 질러 놓았다.


8월경 발기인대회 등 의료사협 창업팀대표활동 끝나고, 후원행사 끝나고, 총회 끝나고, 변경등기 끝나면 내년 1월 말에는 쉬게 해주겠다, 동남아가지 않겠냐, 항공권 끊어주겠다는 이사장님의 농담에 그때 쯤에는 진짜 쉬겠구나 이것만 보면서 버티자 하는 마음으로 일찌감치 질러 놓았던 태국여행 티켓!


그래 이거야!!!

이거 갔다 오면 전부 해결될 거야!!!


바로 이사장님 면담과 이사회에서 100시간 초과근무일지를 보여드리며,

바쁜 일 끝나면 1년간 못 쓴 월차와 대체휴무시수를 몰아서 쓰겠다고 말씀드렸다.


가기 직전 못 갈 뻔한 상황이 생겼지만 이사장님께


한달에 20만원씩 병원비로 쓴다, 두드러기 나고 껍질 벗겨진 채로 쉬지도 못하고 일하고 있다, 8월부터 매주 이렇게 살았다, 쉬게 해준다 하지 않았냐, 진짜 죽을거 같다, 더 버티라니 암담하다, 지금 못 쉬면 몸도 정신도 망가져서 아무 것도 못하게 될 것 같다,

온갖 감정적인 말들을 쏟아내면서 징징거렸다.

그것도 장문의 카톡으로....ㅋㅋㅋ...........


이미 일을 당장 그만둬야 할 만큼 번아웃이 온 상태로

우울>울면서 일함>우울의 매일을 반복하면서

3개월을 더 바쁘게 일한 상태였기 때문에 눈에 뵈는게 없었다.

회사 사정이 어떻든 나부터 죽을 것 같았다.

나에게는 이번 여행이 정말..

너무나 절박했다.


잠시 훌쩍,

떠나보는 것 외에는 다른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P가 번아웃이 오면_여행준비

갈 생각은 있는 거지..?


..또 보러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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