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살겠다, 도피 여행기 5

내려놓는 법_ 괜찮아

by 아르미





정신차려


태국이다!!!

더운 공기가 훅! 몰려왔다.

짐을 찾아 공항 앞으로 나왔다.


숙소까지… 어떻게 가지?

택시를 잡아야겠는데 그냥 잡으면 호구 잡히겠지?

카카오택시 비스무리한게 있을 거 같은데..

태국 택시 앱을 검색했다.

볼트와 그랩이 있단다.

카카오택시처럼 목적지까지 얼마인지가 미리 나왔다.

계산은 후불, 현금이 필요하네.

환전해온 보람이 있군 하하핳

볼트가 싼 느낌인데?

볼트로 숙소까지 택시를 잡아탔다.


택시를 타고 가는데 급 현타가 몰려왔다.

나 지금, 정말 대책 없었잖아?

숙소까지 어떻게 갈지 정도는 미리 알아놓아야 하는 거 아니야? ㅋㅋㅋ

여행 내내 이러고 있을 것 같았다.


아름아 여기 너 밖에 없어.

네 몸은 네가 지켜야 하니까 정신 똑띠 차리자.


너에게 많은 것을 바라지 않아.

숙소를 나서기 전에,

나가자마자 필요한 것 정도는 검색하고 나가자.

아침에 눈뜨면 오늘 필요한 것만이라도 검색해보는 거야.

그렇게 모닝 루틴이 정해졌다.





약간 설레는 것 같기도


공항까지는 별 느낌이 없었는데,

초록색 택시를 타니 외국에 왔다는 실감이 났다.

구불거리는 글씨체,

거미줄처럼 죽죽 늘어선 전깃줄,

신호에 멈춰선 차 사이 사이를 골목길 지나듯 누비는 오토바이들.

오토바이도, 전깃줄도, 대충 늘어선 것 같지만 나름의 질서가 있는 듯했다.

나는 모르는 질서,

나는 모르는 세상이네.

다른 세상에 왔구나.

약간 들뜨기 시작했다.


숙소도 너~무 마음에 들었다.

수영장도 있고 방안에 무려, 욕조가 있어!!!

서울 원룸살이만 하다가 오랜만에 욕조를 보니 무한감동이었다.

한국 모텔 가격으로 호캉스를 즐길 수 있다니…

왜 태국으로 여행을 오는지 알 것 같았다.


대충 짐을 풀고 정찰에 나섰다.

방콕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그곳, 카오산로드!

가는 길 익혀둬야지.

숙소에서 도보로 15분 거리였다.

가는 길에도 볼거리가 많았다.

황금빛으로 번쩍이는 휘황찬란한 건물들.

여기저기 걸터앉아 봉지에 싸온 음식을 꺼내 먹는 사람들.

아무데나 철푸덕 앉아 먹어도 되겠구나,

대충 도시 분위기가 파악됐다.


사람 구경하며 걷다 보니 카오산로드에 도착했다.

입구에 자리한 포장마차들,

생전 처음보는 과일, 음식들이 가득했다.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니 형형색색의 클럽들이 줄지어 있었다.

클럽 노래가 빵빵한 사운드로 연이어 터져 나왔다.

이 클럽 지나면 다음 클럽 노래가 터지고,

다음 클럽 지나면 그 다음 클럽 노래가 터지고,

EDM 플레이리스트를 듣는 느낌이랄까ㅋㅋ

완전 오픈형이라 한국 클럽보다 훨씬 안전한 느낌이 들었다.

음악에 맞춰 흐느적거리다 보니 길 끝에 다다랐다.

카오산로드 뒷길로 들어서니 술집마다 라이브 공연을 하고 있었다.

당장 뛰어들고 싶었지만 5시간의 비행으로 피곤한 상태..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아주 성공적인 정찰이었어.'


내일을 기약하며 숙소로 돌아갔다.




여행이 답이 아니었나


어제의 반짝 설렘도 잠시,

자고 일어나니 무채색의 나로 되돌아갔다.

여전히 지치고 탈탈 털려 무겁게 가라앉은 모습이었다.

잠이라도 오래 잘 수 있음 좋으련만...

새벽 4시반, 어김없이 눈이 떠졌다.

나가기는 너무 이른데... 목욕이나 할까.

따듯한 물에 몸을 풀어 놓으니 조금은 기분이 나아졌다.


오늘은 어딜 가볼까?!

억텐을 끌어올려 폭풍 검색에 돌입했다.

태국은 절이 유명하구나. 바로 옆에 궁전도 있고 박물관도 있네. 여기 가보자!

선크림을 덕지덕지 바르고 밖으로 나섰다.


구경 삼아 편의점을 둘러보며 아침거리를 샀다.

적당한 곳에 앉아 어제 본 사람들처럼 노상을 폈다.

평소 보던 나무들이랑 다르네.

낯선 풍경을 반찬삼아 샌드위치를 욱여 넣었다.

아주머니가 길거리에서 꽃장식을 팔고 계셨다.

방콕 사람들은 꽃을 좋아하나?

등교하는 학생들도 보였다.

흰색 와이셔츠에 검은색 바지, 넥타이...

교복이 양복같네.

학생이 아닌가? 맞겠지? 앳되 보이는데.

이런저런 망상을 하며 사람들을 관찰하다 다시 길을 나섰다.


검색한 절을 향해 걸어 가는데 뜬금없이 시장이 나왔다.

시끌벅적한 골목에 빼곡히 들어선 노점상.

귀염 뽀짝한 과자, 신기한 과일들.

좁아 터진 길 사이 두 줄로 늘어서 질서정연하게 빠져나가는 사람들.

살아 숨쉬듯, 활기가 넘치는 시장이었다.

덩달아 활력이 생기는 느낌이 들었다.




상냥함


숨이 턱턱 막힐만큼,

해가 쨍쨍 내리쬐는 뙤양볕 아래 길을 걷는데,

생각보다 걸을만 했다.

왜지?

한국보다 습하지 않아서 그런가?

두리번거리다 문득, 머리위로 드리운 까만 그림자가 눈에 띄었다.

태국의 길거리에는 언제나 천막이 구비구비 늘어서 있었다.

덕분에 갑작스런 비나 강렬한 태양빛을 피할 수 있었다.

그늘이 없었더라면 진작에 말라비틀어져 버렸을지도…

역시… 대충 사는 것 같지만 나름의 질서가 있다니까.


태국 사람들은 친절했다.

친절을 넘어서 ‘친근’하다고 할까.

자본주의적인 미소 대신,

소탈하고 편안하게 거리감 없이 대해주었다.

마음의 여유가 있는 느낌이랄까.

서로 배려하고 넉넉하게 웃어넘기는 모습을 많이 보았다.

그런 종류의 상냥함이 묻어나는 첫 문물이 바로 천막이었다.


'감사합니다'


중얼거리면서 절로 향했다.




왓 프라깨우


또 보러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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