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끼
“진짜 찾아올 수 있겠어?”
리버가 걱정이 한가득 담긴 메시지를 보냈다.
내가 그렇게 못미덥게 생겼나?
“당근이지! 나 혼자서 여행 다니는 사람이라니까?! 여행짬바가 있다고!”
“그래 그래 ㅋㅋㅋ 그럼 짜뚜짝공원역에서 봐.”
역으로 가는 길이 꽤나 멀었다.
이래서 걱정했구나..? ㅋㅋ
역에 도착했는데 생각보다 역이… 굉장히 넓었다.
눈앞에 보이는 광경을 찍어 보냈다.
이 사진으로 나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인가.
“ok 움직이지 말고 기다려”
찰떡같이 알아듣고는 어떻게 찾아오셨다.
역시 현지인..!!
주말이라 그런지 좀 더 캐주얼하게 말끔해진 모습이었다.
리버가 적당히 맛있는 국수를 먹여주겠다며 데려간 곳은 짜뚜짝 시장 안이었다.
시장이 어엄~청 컸다.
관광지로 유명한 곳이란다.
엄청 큰 시장을 구비구비 헤치다 물었다.
“너 망고 먹어봤어?”
“아니”
졸졸 따라가니 조그만 과일주스 가게가 나왔다.
순식간에 망고주스가 손에 들렸다.
때깔부터 남달랐다.
노오랗게 영롱한 과즙을 한 모금 삼켰다.
“와ㅏㅏㅏㅏㅏㅏㅏ 미쳤다. 설탕 아니야?”
분명히 망고랑 얼음만 넣고 가는 걸 눈 앞에서 봤는데!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엄청 달고, 엄청 시원했다.
반응을 보더니 매우 만족스럽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홀짝거리다보니 고기국수집에 도착했다.
뭔가 종류가 많았다.
“뭐 먹을래?”
“너의 페이버릿이 뭐야”
뭐라뭐라 하니까 음식이 나왔다.
말 그대로 ‘고기+국수’ 비주얼이었다.
숙주 쪽파 고수?로 추정되는 초록색 야채와 투명한 면,
고기도 많고 피쉬볼 같은 것도 여러 개 들어있었다.
국물부터 한 모금 해볼까.
숟가락을 들었는데 너무 가벼워서 놀랐다.
쇠라서 무거울 줄 알았는데 종잇장마냥 훅 들리는 느낌? ㅋㅋㅋ
후루룩,
따끈한 국물이 입 안 가득 넉넉하게 퍼졌다.
한국에서 먹던 양지 쌀국수 국물이랑 비슷한데 뭔가 달랐다.
국물에 태국 향신료가 더해진 맛?
신맛 단맛 고기국맛이 어우러져 산뜻하면서도 오묘한 감칠맛이 났다.
처음 먹어보는 맛이었다.
한 모금 넘기면서 새삼 깨달았다.
‘이게 첫 끼구나.’
생각해보니 태국에 와서 제대로 된 밥을 먹어본 적이 없었다.
속이 시끄러워서 그런지...
뭔가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고,
위염인 상태로 갔기 때문에 낯선 음식을 먹으면 왠지 배탈이 날 것 같았다.
어차피 먹고 싶은 것도 없겠다,
출출할 때마다 편의점에서 (양념이 적어 안전해 보이는) 닭가슴살을 사먹거나,
야시장에서 바싹 구운 고기 꼬치를 사먹었다.
마시고 싶은 건 있었다.
술.
ㅋㅋㅋㅋㅋ
잘 마시지도 않던 술이 여기서는 왜 이렇게 착!착! 달라붙는지.
닭가슴살, 꼬치, 술만 먹다가 처음으로 음식이 들어가니 뭔가, 따듯해졌다.
음식한테 위로받는 느낌..? ㅋㅋㅋ
고기는 야들야들, 피쉬볼은 탱글탱글,
국물은 시원따듯..
“진짜 맛있다 최고야... 고마워...ㅠㅠ”
너무 감격스러워 했나. ㅋㅋㅋ
리버가 엄청 멋쩍어 했다.
“진짜 훨씬 더 맛있는 곳 있는데 거긴 너무 멀어서… 다음에 데리고 가줄게.”
리버 덕분에 태국 최애 음식이 생겼다.
“여기 시장도 커서 볼 게 많은데 오늘은 갈 데가 있어. 시간 날 때 다시 와봐.”
졸졸 따라 걸었더니 엄청 큰 공원이 나왔다.
“여기가 내가 가장 자주 오는 곳이야.
옆에 더 큰 공원이 붙어있거든, 자전거도 탈 수 있고.
근데 거긴 너무 커서…ㅋㅋ 다음에 와 봐.”
커다란 호숫가에 드넓은 잔디밭이 펼쳐졌다.
쨍한 햇빛 아래 나무그늘 한 토막을 벗삼아 자리잡은 사람들.
동물도 사람도 널브러져 있는 느낌.
보고만 있어도 대힐링이었다.
“너무 평화롭다... 이런 걸 원했어 너무 좋아...”
같이 호수멍을 때리다가 사라지더니 주섬주섬, 뭘 구해 오셨다.
…새 모이잖아?
잘 보라는 듯, 손에 한 움큼 쥐고는 새들이 모인 자리에 다가가 팔을 뻗었다.
새들이 환장하고 달려 들었다.
팔에도 앉고 어깨에도 앉고…
<나홀로집에>나오는 비둘기 아주머니를 직관하는 기분이었다.
아니 모이 좀 줬다고 사람 팔에 앉다니...
여기 동물들은 왜 이렇게 허술해? ㅋㅋㅋ
멀찍이 떨어져서 진기한 눈으로 관찰하는데 리버가 손짓했다.
“너도 해봐! ㅋㅋ 괜찮아”
또 해보라고 하면 빼는 성격은 아니다. ㅋㅋㅋ
한 움큼 쥐고 새들이 모인 자리에 앉았더니 손에 있는 걸 빛의 속도로 쪼아먹었다.
쪼기 시작하자마자 비명을 지르면서 새모이를 바닥에 패대기쳤다.
내 팔에 편히 앉기에는 내가 너무 겁이 많구나...
두번째 시도할 때는 손에 든 걸 다 먹을 때까지는 버텼다.
쪼아먹는 느낌이 너무 이상했다.
꾹꾹 누르는 부리가 너무... 날 것의 느낌이랄까, 생전 처음 느껴보는 촉각이었다.
굉장히 무섭지만 굉장히 새로운 경험이었다.
“끄아ㅏㅏㅏㅏㅏ악!!”
여동생 놀려먹듯,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영상을 찍는데 한 대 쥐어박고 싶었다.
새 소동이 끝나고 다시 호수멍을 때리는데 리버가 물었다.
“왜 따라온 거야?”
응? ㅋㅋㅋㅋㅋㅋ
또 보러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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