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절 좋아하네.
어젯밤, 새벽 6시쯤 집에 들어왔기 때문에 ㅋㅋㅋ
한숨 늘어지게 자고 오후 느즈막히 일어났다.
‘오늘은 뭐하고 싶어?’
축제를 검색했다.
차이나타운에 무슨 절기를 기념하는 축제가 있단다.
가보자.
지하철 역까지 걸어가는 길에 작은 공원을 발견했다.
햇빛을 한가득 머금은 모습이 신비로웠다.
‘여기 보고 싶어.’
들어 가자.
나무도 들판도 그림자도 이국적이었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축제 가기로 했는데…
지금 하고싶은 거 하기로 했잖아.
가다가 정신이 팔리면 팔리는 거지 뭐~
쓸데없는 재촉을 지워내고,
공원의 분위기를 오감으로 즐겼다.
원하는 만큼 충분히 멍을 때리다가 지하철을 타러 갔다.
떠나기 전 만들어왔던 트레블월렛카드!
핸드폰으로 계좌이체하듯 언제든 바트를 소액 충전할 수 있고,
교통카드로도 사용이 가능해서 너무 편했다.(광고아님)
한국 지하철 타듯 띡 찍고 유유자적 차이나타운으로 향하는데,
곳곳에 빨간 옷을 입고 중화풍 장신구를 걸친 사람들이 보였다.
은혼의 카구라 같은 옷(차이나 원피스)을 입은 사람도 여럿 보였다.
덕후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옷차림이 매우… 흥미진진!
지도 대신 사람들 행렬에 따라붙었다.
졸졸 따라가니 처마 아래 좌판이 양 옆으로 쭉 늘어선 골목에 다다랐다.
시장 장날 같은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처음보는 음식, 과일, 소품들을 정겹게 구경하면서 골목길을 지나는데,
갑자기 훅,
이질감이 몰려왔다.
쭉 뻗은 좌판 골목에서 왼쪽으로 살짝 빠지는 길이 보였다.
시끌벅적한 시장바닥과 어울리지 않는, 조용하고 경건한 기운이 맴돌았다.
길의 입구에는 한자가 적힌 현판도 걸려 있었다.
이건 마치… 모 애니의 이세계로 빠지는 길목…?!!
홀리듯 왼쪽 길로 빠졌다.
파란 하늘에 빨간 연등이 줄지어 휘날리고,
벽에는 오래되어 군데 군데 삭은 그림들이 박혀 있었다.
길을 빠져나오자 넓은 공터와 함께 조그마한 절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절을 둘러싼 풍경이 너무, 고즈넉했다.
지브리 그림체스럽달까.
탁 트인 하늘 아래, 아담하지만 화려한 절이 덩그러니 놓여있다.
절 뒤편의 다 쓰러져가는 건물에는 빨랫감이 휘날리고,
절 왼편에는 폐건물을 점령하듯 얼기설기 뒤덮은 나무 줄기들이 가열차게 이파리를 드리웠다.
절의 풍채도 제법 멋스러웠다.
지붕 위에는 빨간 여의주를 두고 두 마리 용이 대칭을 이루고,
빛 바랜 녹색 지붕을 따라 내려가면 작고 빨간 연등들이 지붕 끝을 수놓았다.
두 마리 용이 묵직한 기둥을 타고 오르며 절 입구 양 옆을 지키고 있었다.
햇빛에 반짝이는 먼지마저 운치를 살렸다.
영험한 기운을 만끽하며 조심스럽게 절 안으로 들어섰다.
내부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화려했다.
빨갛게 노랗게 장식된 제단에는 용이 큼지막하게 그려져 있었다.
용 앞에는 황금 상들이 번쩍였다.
다들 넉넉한 미소를 짓고 계셨다.
황금 상 아래, 신화에나 나올 법한 동물을 타고 있는 스님과 장수들 상도 줄지어 놓여있었다.
앳되어 보이는 친구들이 무릎을 꿇고 앉아 향을 피우고 기도를 했다.
나무젓가락 같은 것이 들어있는 통을 막 흔들다가,
떨어지는 나무젓가락을 바라보기도 했다.
한참 구경하다가 다리가 아파올 때쯤 밖으로 나왔다.
‘그냥 가기 아쉬운데…’
공터 뒤편에 걸터앉았다.
북적이지만 경건한 분위기,
낯설면서도 평안함을 주는 공간에 기대 쉬었다.
멍 때리다 보니 해가 졌다.
축제 보러 가는 길이 참 멀구나. ㅋㅋㅋ
좌판이 늘어선 골목으로 되돌아갔다.
골목을 헤치고 나오니 넓은 대로변이 펼쳐졌다.
형형색색의 화려한 노점상이 대로변에 끝도 없이 펼쳐졌다.
빨간 연등이 화려한 밤거리를 장식했다.
시끌벅적한 사람들 무리에 섞여 터덜터덜 걸었다.
저 멀리서 시끄러운 꽹과리 소리가 들렸다.
남자 2명이 사자탈을 나눠 쓰고 꿀렁꿀렁 춤을 추고 있었다.
왁자지껄 떠드는 사람 무리에 녹아 들었다.
분위기를 즐기다가 문득, 그 절이 다시 가보고 싶어졌다.
좌판이 늘어선 골목길로 다시 들어갔다.
다들 장사를 접어서 어둡고 으슥한 느낌이 들었다.
돌아갈까...
고민하던 찰나, 귀염뽀짝한 무드등을 파는 상인을 만났다.
귀여운 건 못 참지. ㅋㅋ
노란색 달님, 하늘색 달님이 최종 후보에 오르셨다.
두개 중 뭘 살지 한참 고민하다가, 새벽의 객기를 떠올렸다.
‘하고 싶은 거 다 할 거야!’
두개 다 사버렸다.
귀여운 걸 보니 기분이가 좋아졌다.
총총거리며 절로 향했다.
현자의 그림 길을 지나니, 오후에 봤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절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브리 애니에서 천녀유혼 애니로 변신한 느낌이랄까.
등불이 켜지니 두 배는 화려해졌다.
낮에는 못 봤던 것 같은데…
화려하기 그지없는 핑크색 꽃장식이 곳곳에 꽂혀 있었다.
낮과는 다르게 소란스럽기도 했다.
행사가 있나?
절 안에 들어가니 빨간 옷을 곱게 차려 입은 어른들이 일렬로 서있었다.
북소리에 맞춰 절 안 곳곳에 핑크색 꽃장식을 꽂고 합장을 했다.
축제의 하이라이트를 보는 느낌이었다.
‘못 봤음 아쉬울 뻔했네.’
작지만 알찬, 화려하기 그지없는 절이 완성되었다.
공터 뒤편에 앉아 반짝이는 절을 감상하면서 멍을 때렸다.
갑자기 라이브공연이 보고싶어졌다.
급 카오산로드로 향했다.
가는 길에 식당 앞을 지키고 앉은 고양이를 만났다.
손을 뻗자 내 앞에 철푸덕 누워 버렸다.
‘만져라 인간.’ 해주는 느낌이랄까.
똘망똘망한 눈으로 쳐다보면서 배를 까고 뒹굴뒹굴 애교를 부렸다.
‘태국 사람들은 심성이 좋구나.’
그간 사람들이 어떻게 대해왔는지 알 것 같았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야시장 가서 꼬치 주워 먹고,
라이브 공연 들으면서 모히또 한 잔 하고,
비보잉 구경하다 클럽존으로 넘어갔다.
한바탕 놀고 숙소로 돌아가면서 오늘 하루를 돌아보았다.
하고싶은 것만 하니까 자꾸 샛길로 빠지네. ㅋㅋ
근데,
나쁘지 않아.ㅋㅋㅋㅋ
이렇게 정처는 있는데 없는 것처럼 쏘다니는 것도 괜찮구나.
생각보다 여기로 빠졌다 저기로 빠졌다 해도 별 상관이 없어.
상관이 없는 걸 넘어서 되레 풍성해졌다.
한 군데 죽치고 있어도 좋고,
내키면 돌아가도 좋고,
덕분에 우연한 만남이 가득했다.
나는 계획대로 되는 것보다 이런 걸 더 좋아하나봐.
예상치 못했는데 오히려 좋아스러운 상황.
절도 공원도 좋아하고,
시장 구경도 좋아하고,
음악듣고 춤추는 것도 좋아하고,
이렇게 좋아하는 것들을 수집하다 보면 알게 되지 않을까.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뭔지.
하고싶은 대로,
마음 가는 대로 유유자적 흘러 다니는 여행.
시작이 순조롭다.
또 보러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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