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을 모를 때
처음 사회인이 되었을 때 무척 당황스러웠다.
지금껏 갈고 닦아온 스킬과 마주한 세상이 들어맞지 않는 느낌이랄까.
학창시절 내내 정답이 있는 문제만 풀어왔는데,
정답이 없는 문제를 풀어가는 것이 인생이었다.
학창시절 내내 맞고 틀린 것만 따져왔는데,
다르다는 것을 배워가는 것이 인생이었다.
그런데 다름은 어떻게 마주해야 하는지,
답이 없는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는 가르쳐주지 않았다.
그저 항상 그래왔듯 알고 있는 모범답안을 가르쳐 주었다.
그래서 항상 그래왔듯 배운 모범답안 대로 살면 될 줄 알았다.
그러나 어른들이 정답이라 말하던 인생도, 그 사회의 가장 안정적인 해답일 뿐이었다.
그 정답이 맞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 정답이 맞지 않아 뛰쳐나오는 사람도 있었고,
그 정답에 길들여져 그냥 그 답을 닮아가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두번째 사례가 될 가능성이 농후했다.
이미 학교부터 뛰쳐나온 경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른 길을 가보려 했다.
그러나 다른 길을 간다고,
다르게 살아지는 것이 아니었다.
내가 알고 있는 삶의 방식은 하나뿐,
정답을 찾아서 찍는 것.
다른 길목에서도, 나는 코딩된 기계처럼 정답을 찾아다녔다.
주로 간 길, 주로 내린 결론, 주로 성공한 선례…
열심히 또 그 안의 사람들이 말하는 정답을 쫓았다.
정답이 없는 문제는 풀어본 적이 없으니까.
답을 주입하는 사회가 답답하다 말하면서도,
항상 인생에 정답이 있기를 바랐고,
내가 그것을 쫓고 있기를 바랐다.
언제나 정답을 찾아냈다고,
정답을 쫓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언제나 허허벌판이었다.
언제나 이런 허허벌판을 걷고 있었다.
정답이 없다는 것은 내가 가고 있는 길이 맞는 건지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나는 인생을 걸고 가는데.
그건 너무 불안하잖아...
그래서 주로 정답이라 불리는 것을 믿고 따라 걸어, 안심해버리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런 나를 이해한다.
하지만 이제는 인생에 정해진 답이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각자 다른 나만의 답이 있을 뿐이라는 것을 진실로, 받아들여야 한다.
정해진 답이 없는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할까.
나만의 답은 어떻게 가질 수 있는 걸까.
정답을 찾기 위한 노력,
선례를 쫓는 노력과는 다른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본 적이 있던가?
있었다.
선례 자체가 없을 때.
선례를 따르고 싶어도 내가 처음이어서 따를 선례가 없었다.
막막하지만 자유로운 쾌감이 일던 그 때의 심정이 되살아났다.
막막하지만 해방감이 이는 지금의 감정과 포개어졌다.
그 때나 지금이나,
같은 허허벌판을 마주하고 있다.
따를 선례가 없을 때,
어떻게 했더라?
일단 가서 부딪혔다.
부딪혀서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다 보니, 어느새 답이 만들어졌다.
해온 것이 답이 된 것이다.
정답이 없는 문제를 마주했을 때는 가장 정답 같은 것을 쫓는 게 아니라,
나만의 답을 만들면 되는 거였다.
답을 만드는 법도 이미 알고 있었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다 보면,
해온 것이 곧 답이 된다.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뭘까?
모르겠다.
나만의 답을 가져야 하는 문제인 것 같은데 내 답을 모르겠다.
그럼 답을 찾지 말고 만들자.
지금부터.
여기 있는 동안만이라도 좋다.
사소한 것 하나하나,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것,
진짜로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살아보자.
그렇게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다 보면,
나만의 해답이 만들어질 거야.
바로 실천에 돌입했다.
‘내가 지금 진짜로 하고 싶은 게 뭐지?’
머리보다 손이 먼저 움직였다.
손이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핸드폰 화면을 켰다.
999가 떠있는 카카오톡이 보였다.
업무단톡들이겠구나.
심호흡을 하고, 마음을 가다듬었다.
카카오톡을,
삭제했다.
이루 말할 수 없는 쾌감이 온몸을 휘감았다.
나, 이걸 하고 싶었구나... ㅋㅋㅋ
‘사라져 있고 싶어.’
뒤늦게 머리가 손의 행동을 설명해주었다.
“잘했어.
돌아갈 때까지 내가 하고싶은 것만 하는 거야!”
‘하고 싶은 것만 하는 여행’
이번 여행의 테마가 정해졌다.
또 보러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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