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살겠다, 도피 여행기 14

친구 사귀는 법

by 아르미




“잉? ㅋㅋㅋㅋ 그게 무슨 뜬금없는 질문이야.ㅋㅋㅋㅋ”
“아니 보통 안 나오지 않아? ㅋㅋ
진짜로 연락한다고 나올 줄 몰랐어.
내가 어떤 사람인 줄 알고... 나쁜 사람일 수도 있잖아.
그렇게 사람 막 따라가고 그럼 안된다고?ㅋㅋ
수작부리는 거면 어쩔라 그래.”
“너 좋은 사람이잖아.”
“그걸 어떻게 알아ㅋㅋ”


“너 네가 나한테 맨 처음 건넨 말이 뭐였는지 기억나? 같이 앉아도 되냐 물은 다음에”
“음...뭐였지?”
“what is your hobby?! (영어회화 챕터1 제임스 억양을 살림)ㅋㅋㅋ”
“ㅋㅋ그게 왜?”
“그게 왜??? 그게 왜 하는 거부터가 문제야ㅋㅋㅋㅋ
그런 데서 취미부터 물어보는 사람이 어딨어ㅋㅋ
수작부리는 사람들이 너처럼 다 그렇게 허술한 줄 알아?ㅋㅋㅋ”
“ㅋㅋㅋㅋ그런가...”


“본능에 충실한 질문이 아니잖아ㅋㅋ
외적인 칭찬이나 목적성 다분한 질문이 아니라,
진짜 나라는 사람이 궁금해서 할 법한 질문이었어.
니가 what is your hobby 하는데 바로 경계심이 사라지더라.”


“진짜 말 걸어본 거 처음이긴 했어...”
“그래 보였다고 했잖아ㅋㅋㅋㅋ”
“그래 보였다니 다행이다ㅋㅋㅋㅋ”



“그리고 원래도 나는 그냥 좋은 사람이라고 믿어버려! 웬만하면ㅋㅋ
좋은 사람이다,

믿고 대하면 기꺼이 그런 사람이 되어주거든.
남들 앞에서는 어떻든,

내 앞에서는 좋은 사람이 되어줘.
그럼 나랑은 그런 관계가 되는 거지.”

“너도 허술하네!!ㅋㅋㅋㅋㅋㅋ”


“물론! 먼저! 나의 육감을 통과해야 해!!
갖은 수작질에 단련된 아주 예리한 육감이라고!!
그리고 범죄전력같은 소문 있음 당연히 조심해야지!
돈 드는 문제도 조심하고ㅋㅋㅋ”

심히 우려스럽다는 표정을 지어보이는 리버...ㅋㅋㅋ



“진짜 해보면 대충 통한다니까?!
내가 좋은 사람이라고 진심으로 믿고 대하면 좋은 사람이 되어줘.
나쁜 사람도 좋은 사람이고 싶을 때가 있을 수도 있잖아?
좋은 사람이라고 철썩 같이 믿어주니까,
나한테만은 나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은 거지.
나도 이 사람을 편견 없이 대하는 한 사람이 되어주고.


사람이 다 좋은 면만 있고 다 나쁜 면만 있는 건 아니잖아.
둘 다 있지, 누구나.
같이 있으면 좋은 면을 끄집어 내주는 사람이 되면 되는 거지.”



“네가 진짜 나쁜 사람을 안 만나봐서 그래.
그러다 크게 상처받을 수도 있어.”

“그치만 그렇다고 마음을 닫으면 아무도 못 들어오잖아.
나쁜 사람도 못 들어오지만 좋은 사람도 못 들어와.
상대가 좋은 사람이기를 바라면,
내가 먼저 좋은 사람이 되어줘야 한다고 생각해.
먼저 믿어주고, 먼저 계산 없이 대하고...
그러다 보면 좋은 사람도 하나쯤 걸리겠지.

나쁜 사람 걸리면 육감에서 컷 할 케이스 하나 추가하는 거고.
'불쌍한 자식,

마음 내어주는 사람 만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데!
네가 손해지 내가 손해냐?!
평생 그렇게만 살아라!' 저주도 하고. ㅋㅋㅋ

지금은 당해도 잃을 게 별로 없잖아.
가진 게 없으니까...ㅋㅋㅋㅋ
이럴 때 당해보면서 육감을 발달시켜야 한다고! ㅋㅋ



그리고 중요한 건 애매한 사람이 대다수라는 거야.
뉴스에서 극단적인 사람만 보여주니까 그런 사람들이 많은 것처럼 보이는 거지.
항상 좋고 항상 나쁜 사람보다는,
상황이나 상대에 따라 나쁜 맘 먹기도 했다가 좋은 맘 먹기도 했다가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 않아?
나도 그런데?ㅋㅋㅋ

이도 저도 될 수 있는,
애매한 사람들이 좋은 맘 먹게 만드는 방법은 내가 먼저 좋은 맘을 먹고 대하는 거야.
좋은 사람이다,

먼저 믿고 대하면 기꺼이 좋은 사람이 되어줘, 진짜로.


우리도 봐.
내가 나쁜 사람일지 모른다고 경계했어봐!
널 못 만났겠지!
그럼 오늘 같은 여행, 할 수 있었겠어?
보통 시장만 들리고 이런 공원은 있는지도 모르고 간다고! ㅋㅋ
덕분에 여행도 잘하고! 친구도 사귀고!
좋은 게 좋은 거지~! ㅋㅋㅋ”

못 말리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절레절레 거렸지만,
리버의 긴장이 풀어지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만난지 하루 밖에 안된 친구에게 할 법한 이야기가 아닌 것들을 풀어내 주었다.
나도 마찬가지로 지금 겪고 있는 여러가지 어려움들을 풀어냈다.

사람이 풀어져서 그런지,
애초에 만날 인연이었던 건지,
여행에서 만난 친구들에게는 할말 못 할말 쉽게 털어놓곤 한다.
리버와는 그 과정이 유독 빠르면서도 자연스러웠다.


“천천히 끝까지 말해, 괜찮아.”
입버릇처럼 말해주는 리버 덕분에 포기하지 않고 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사람, 엄청나게 눈치가 빠르잖아?
1을 말하면 10까지 알아듣는 영리함..!
덕분에 영어로 하는데도 말이 술술 통했다.
근래 했던 대화 중 가장 마음이 편해지는 대화였다.


“가자!”
“어딜? 오늘 여기서 죽치고 있는 거 아니었어?”
“무슨 소리야ㅋㅋ 갈 데 많아~”
리버를 따라 지하철을 타고 걸으니 하얗고 커다란 건물이 등장했다.
건물 안에 들어서니 새하얀 원형 계단이 둥글게 둥글게 또아리를 틀고 있었다.
새하얀 색감에 노란 조명이 더해져,

따듯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잔잔하게.. 목소리가 울리는 느낌도 좋았다.
거대한 소라껍질 속에 들어온 느낌이랄까.
건물 자체가 하나의 예술작품이었다.

자세히 보니 벽에 뭔가 걸려있었다.
..그림이잖아?
미술관이구나.

‘솔직히 언제 미술관에 갔는지 기억도 안나.

...취미 없이 산지 너무 오래됐어.’

엊그제 한 말을 기억했구나.

“리버ㅠㅠㅠㅠ 와... 감동이야ㅠㅠ”
“헤헿 여기 건물 전체에 그림도 걸려있고 전시회도 열리거든.
전부 공짜여서 가끔 보러 와.”
방콕예술문화센터!
바로 구글맵에 저장했다.



좋아하는 이유


이번 전시회는 사진전이었다.
정말 너~무 오랜만에 미술관 멍을 때렸다.
리버는 미술관에 큰 관심이 있어 보이지는 않았다.ㅋㅋㅋ
진짜 나보라고 데리고 와준 거구나.
한참 머물러 있는 동안,

의자에 앉아서 조용히 기다려주었다.

“나는 이 두 개가 좋아.”
“이게 왜 좋은 거야?”


급 당황했다.

그러게.

나는 이게 왜 좋은 걸까.









또 보러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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