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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나 Oct 11. 2024

요가매트 위에서 찾은 생의 전율

사바아사나를 잘하기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긴 여름처럼 무미건조한 날들이 이어졌다.


오늘 아침도 부지런히 길을 나서 안전하게 직장으로 안착했다. 이제는 다소 어렵지 않은 사람들과 얼레벌레 하루를 주고받고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니, 그제야 곤죽처럼 진이 빠진 모습의 나를 꽤나 닮은 힘들어 보이는 사람이 거울 앞에 서있다.


“나 자신 오늘도 정말 고생했어, 그런데 이제 뭐 하지? “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걸까? 오늘따라 내가 보낸 하루와 같은 일상이 죽기 전까지 이어진다는 공포감이 나를 에워싼다.


이대론 안 되겠어, 운동이라도 하자.


이 심란한 감정을 환기시키기 위해 열심히 검색창을 뒤져본다. 많기도 하지, 서울에만 수천 가지 운동을 혼자 즐길 수 있는데 이중에 어떤 운동을 하지?

다소 격렬하고 노력이 필요한 운동은 1순위로 제외시켰다. 나에겐 직장에서 동료들과 화목하게 하루를 보내고 오는 것만으로도 생존 스포츠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과 협력해야 하는 운동도 싫어.

초기 자본이 많이 드는 비싼 운동도 싫어!


이것저것 까다롭게 고르고 제외하다 보니 모든 조건을 만족하는 요가가 남았다. 그렇게 나는 마치 죽기 전 마지막 호흡이라도 구걸하듯 재빠르게 집 근처 요가원에 등록했다.


“요가 선생님들, 그럼 제 육신을 잘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충동적으로 나 자신을 생면부지 요가 선생님에게 털썩 맡겨버리곤 퇴근 후 생각 없이 요가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몸이 이렇게 쓰레기 같을 수가 있을까?”

“어쩜 나를 이렇게 안 돌봐 왔던 거야?”

“저기 저 사람은 어쩜 몸매 라인이, 자세가 저렇게 이쁠까?”


요가원에서도 나의 사나운 잡념이 그치질 않았다.

고요한 요가원, 명상을 하는 요가 매트 위 좁은 세상 속에서도 나는 여전히 시끄럽고 혼란스러웠다.


어렵지 않은 동작에도 생각을 비우기 어려웠던 나는 비틀비틀 요가 매트 위에서 매일 힘겹게 버티며 시간을 채우기 바빴다.




그렇게 살기 위해 요가를 다닌 지 2,3개월 즈음의 어느 날이었다.


'무수한 우연 중 나와 우연히 마주쳐 인연이 된다'라는 말처럼 내 인생을 구원해 줄 운명의 수업을 듣게 되었다. 고정 클래스는 아니었고, 요가원에 가끔 특강을 오는 요가 강사님의 수업이었다.


그 강사님은 작고 단단하지만 여린 체구에 깊고 강인함이 돋보였던 눈동자를 가진, 유독 히피스러운 개성이 강한 보글거리는 파마머리를 한 사랑스러운 분이셨다. 에너지가 좋아 함께하면 맑아지는 느낌이 좋아서 빼먹지 않고 그 선생님의 특강마다 듣게 되었는데, 운명의 그날은 특히나 2시간 동안 긴 수업을 듣게 되었다.


아직도 기억나는

유달리 고요했던 퇴근 후의 그날 밤.


그날따라 매트 위의 동작마다 깊게 집중하며 선생님을 신뢰하고 함께 수련을 이어나갔다. 순식간에 몰입했던 나는 두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의식하지 못했고, 어느덧 땀에 흠뻑 젖은 채 매트 위에 누워있었다.


요가의 마지막은 ‘사바아사나’라는 명칭을 가진 송장자세로 마무리한다. 매트 위에 팔다리를 편하게 축 늘어트린 채 호흡에 집중하면서 수련으로 고생했던 몸을 잠시 달랜다. 죽은 듯 누워서 짧은 암사 체험과 같은 동작으로 수련을 마무리하게 되는데, 이때 보통 선생님이 돌아다니며 원생들의 자세도 고쳐주고, 허브오일을 목뒤에 발라 수련으로 힘들었던 심신을 돌봐주신다. 그러면 나의 오늘도 요가와 함께 잘 마무리한 기분이 든다.


오늘따라 눈을 감자, 젖은 육신이 지쳐 매트 안으로 쏟아져 내릴 것만 같았다. 정말 집중해 열심히 운동해서 인지, 단잠에 꼬빡 들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그때, 선생님의 여리지만 단정하고 차분의 음성이 들려왔다.


“여러분들이 누워있는 매트 안에서 열심히 수련하면 '사바아사나'의 순간에 푹 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매트를 ’우리의 삶‘이라 생각하고, 매 순간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아가게 되면, 여러분의 삶 마지막 순간에도 지금처럼 푹 쉴 수 있을 겁니다. “


몸이 늘어져 아득해지고 있던 순간, 온몸의 세포가 살아나는 전율을 느꼈다. 선생님의 그 한마디가 지금껏 영문도 모른 채, 태어난 김에 열심히 죽을힘을 다해 살아왔던 내 삶의 목적을 말해주는 것만 같았다.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뜨거운 눈물이 왈칵 터져 나왔다. 나는 그렇게 진심으로 나 스스로에게 위로받고 있었다.


그날 수련을 마치는 ’ 나마스테-’ 인사를 나누자, 수업을 함께한 사람들 모두 터져 나오는 박수를 참지 못하며 서로의 마음의 열기를 나눠가졌다.

초가을 밤의 선선했던 바람이 땀에 젖은 내 몸을 식히던 그날 밤의 그 감정을 아직 나는 잊지 않았다.


지금은 그 선생님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지만, 그녀는 그녀의 요가 매트 위에서 누구보다 매 순간 즐기며 최선을 다해 살고 있을 것이다.




몇 년간 요가를 수련하며 가장 강렬했던 그때의 경험으로 나는 요가 수련의 의미를 조금은 알게 되었다.


삶과 닮은 '요가' 그리고 우리의 인생과 같은 '요가 매트' 위에서 치열하게 나를 움직이며 살다 보면

어느 날, 나에게도 평온하고 고요한 진정한 ‘사바아사나’ 안식의 상태가 올 것이라 믿는다. 그렇게 나는 오늘도 힘차게 하루를 살아나가는 마음의 힘을 얻게 되었다.


부디 이 글을 나누는 이들이, 치열한 일상 속 나와 같은 영혼의 구제와 평온을 얻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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