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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나조 Jan 06. 2023

나의 연인들에게

thanks to X

한때 그리움의 대상이었던 그들은 이제 내 곁에 없다.

그래서 이 글은 그들에게 가닿을 리 없다.

그럼에도 나는, 이 글을 그들에게 보낸다.

지금의 나를 있게 해 준 고마운 그들에게.


사람은 자신의 세계를 넓혀준 사람을 잊지 못한다




안녕, 잘 지내고 있나요?

한 해가 가고 새로운 해가 찾아왔네요.

새해에는 보다 행복하고 즐거운 날들을 보내길 바랄게요.


당신의 소식은 sns를 통해 지인들을 통해 들었어요.

하고 싶은 걸 즐거이 하고 있다고

좋은 사람을 만났다고

꽃길을 걸었다고

똑 닮은 예쁜 아이들과 웃으며 지내고 있다고요.

참 다행이에요.


나도 잘 지내고 있어요.

아담하지만 독립해서 살고 있고

하고 싶었던 걸 해봤고 하고 있고

취향대로 잘 먹으면서 말이에요.

아, 물론 궁금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요.


이 모두 당신들 덕분이에요.

보냈던 시간

나눴던 대화

남기고 간 질문들이 나를 다듬어주었거든요.




첫 연애, 참 짧았죠.

친구로 지내자는 말을 건네고 돌아서는 모습을 봤던 그때. 정말 모르겠더라고요.

그래도 덕분에 군 복무 2년을 잘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제대하고 나면 다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거든요.

그 기대감이 원동력이 되어서 난관을 잘 극복할 수 있었다고나 할까요.




덕분에 운전 실력이 많이 늘었어요.

차로 왕복 2시간이나 되는 거리를 일주일에 몇 번씩 가곤 했잖아요.

그러고 보니 나한테 났던 차 사고들도 다 그때였던 거 같아요.

많이 놀랐었죠? 운전도 서툴렀네요.

그때부터 안전운전에 더 신경 쓰게 되었어요.




동갑이니 말 그대로 친구이자 연인이었죠.

거기에 같은 일까지 하고 있었으니.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던 것 같아요.

무엇보다 추진력 덕분에 유럽여행을 다녀올 수 있었죠.

사진으로만 보던 스위스의 아름다운 자연을 마주했을 때의 감격이란.




조금은 다른 의미로 대화 스킬을 넓힐 수 있었어요.

대화가 안 통한다는 느낌을 처음으로 받았거든요.

나름 자신했는데 역시 자만은 금물이었던 거죠.

그래도 덕분에 마음의 그릇을 키울 수 있었답니다.




음. 어디서부터 이야기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느끼고 얻고 배운 게 참 많거든요.

나의 한계를 스스로 단정 짓지 않게 해 주어 고마워요.

세상을 단면으로만 보지 않게 해 준 것도요.

취향을 더 확고히 하고 미처 몰랐던 취향을 알게 한 것도.

이 모든 걸 토대로 대화가 잘 통하면,

나이 차이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된 것까지도요.




아프리카에는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속담이 있대요.

모두 고마워요.

부족하고 서툴렀던 나를 아껴주고 멋진 추억과 경험으로 성장할 수 있게 해 주어서.

행복했어요.

그대들도 더 행복하길 진심으로 바랄게요.

이 글을 볼 일은 없겠지만,

언젠가 우연히라도 마주친다면 이 한마디는 건네고 싶네요.


"고마웠어요."




모든 만남이 그렇듯 언젠가는 어떤 모습으로든 이별을 맞이한다.

한 해가 지나가고 새해가 찾아온 것처럼.

그렇게 나에게도 만남과 이별이 있었다.

그 이별이 그들에게는 어떤 모습이었는지 모른다.

그럼에도 나는 그 이별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고 성장했기에.

새해를 맞이하며 새로운 인연을 맞이하며

그들에게 고마웠다 말하고 싶다.

그대들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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