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육아하며 박사하기
육아하며 박사논문을 쓸 때, 가장 힘든 것은 바로 이 생각입니다.
하기 싫다.
정말 미칠 듯이 하기 싫다는 마음이 들 때가 가끔씩 찾아 옵니다.
그 때는 정말 너무 너무 너무 너무 너무 하기 싫습니다.
논문을 읽기 싫은데, 한글 논문은 그나마 부담이 덜합니다.
그러나 영어 논문은 정말 너무 읽기 싫어요.
왜냐면 읽는데 시간도 걸리고, 바로 바로 이해가 안되면 이것 저것 찾아가며 읽어야 하는데, 그 과정이 아마 저는 진도가 빨리 안나가기 때문이지요.
느긋하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읽으면 그나마 덜한데, 하나 읽는데 시간이 걸리니 아주 …힘들 때가 있어요.
게다가 그것을 이해해서 내 논문에 인용하고, 그 인용구들이 모두 말이 되게 논리적으로 만들어야 해서 아주 음 머리가 아픕니다.
암튼 그래서 다른 것보다 ‘아 진찌 하기 싫다’ 이 마음이 올라올때는 정말 힘든데요.
그래서 그것을 어떻게 이겨내고 쓰느냐가 진짜 관건입니다.
두가지 방법으로 이 마음을 이겨냈는데요.
첫째, 논문 내용을 어떻게 써야 할지 Break down (쪼개기)을 합니다.
하기 싫은 마음을 잘 들여다 보면,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크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잘쓰고 싶은 마음도 필요하지만 그 마음이 너무 크면, 너무 논문도 크게 보여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대야 할지 막막함이 느껴집니다. 그러면 그 날은 그냥 안쓰게 될 수도 있는데요.
그럴 때는 써야 될 논문 내용을 break down, 즉 쪼개봅니다.
서론, 이론적 배경, 연구 방법 등을 써야 한다고 해봅시다. 서론, 이론적 배경, 연구 방법 등을 주별로 배정합니다. 서론은 8월 첫주, 이론적 배경은은 8월 둘째주, 연구방법은 8월 셋째주에 써야겠다고 대략적으로 나눕니다.
그리고 이론적 배경은 각 변인별로 다 쪼개 놓고, 또 그 변인 안에 개념, 변인과의 관계별로도 쪼개고, 각 부분에 대해 쓸 것을, 그 주, 요일을 정해놓습니다. 그리고 그 날은 그냥 그 변인과 관련된 논문을 읽고 그냥 씁니다.
다른 생각하지 말고, 말이 되든 안되든, 그냥 정해놓은 변인과 관련된 논문을 읽고, 쓰다보면, 어느정도 자료가 모아져 있습니다.
그리고 일주일마다 적은 부분을 전체적으로 정리하고, 추후에 다시 부족한 부분을 메꾸는 방식으로 하면 진도가 나간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둘째, 마음가짐을 이렇게 갖습니다.
에라 모르겠다.
잘쓰건 못쓰건 그냥 쓰자
걸작을 쓰는 거 아니니까, 나는 관련 연구에 점 하나 찍는다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진짜 그냥 논문을 읽고 씁니다.
그렇게 하다가, 어느날 보면 한장, 두장이 써져 있는 걸 발견합니다.
그러면서 진도가 나가게 됩니다.
처음부터 각각 너무 완벽하게 써내려가려 생각하면, 진도도 안나가고 힘만 빠집니다.
막 부담이 느껴지고, 막막함이 느껴지고, 논문이 너무 커보일 때는 '에라 모르겠다' 이러면서 그냥 논문 하나를 열고 읽습니다. 그러다 보면 계속 읽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 연구로 인해 학계에 한 획을 긋겠다는 생각이 아니라면, 조금은 가벼운 마음을 가지고 우선 쓰다보면 하기 싫다는 생각으로부터 저만치 떨어져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물론 열심히 최선을 다해야겠지만, 너무 잘할려다 보면 시작이 안되는 경우가 많으니 말씀 드려보았습니다.
논문엔 언젠간 끝이 있습니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