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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나킴 Feb 05. 2022

건축가, 도시계획가 다니엘 번햄  

생전에 부를 이루고, 그레이스랜드 묘지공원에서 가장 좋은 자리에 묻히다

시카고 그레이스랜드 묘지공원은 건축가의 묘지로도 유명하지만, 시카고란 대도시를 세운 초기 재벌들의 가족묘 장지 이기도 하다. 


앞글에도 소개한 초콜릿 브라우니를 창시한 포터 팔머 가문, 역시 앞글에 있는 쓰리 아트 클럽을 세운 록펠러의 딸이 시집온 맥코믹 가문, 그리고 백화점 재벌 마셜 필드 가문, 럭셔리 침대칸 기차를 만든 조지 풀만. 

이런 재벌들은 그레이스 랜드 묘지공원의 제일 경치 좋은 조그만 호숫가에 몰려 터를 정했다.   


이런 재벌들의 명당 장지가 경합한 그레이스랜드 묘지공원에서 가장 좋은 자리는 단 하나밖에 없는 호수 안의 조그만 섬이다. 경복궁의 향원정 같은 자리라고나 할까. 


이 조그만 섬은 건축가이자 도시계획가인 다니엘 번햄(Daniel Burnham, 1846~1912)의 가족묘다. 65세로 죽을 때 미국에서 가장 큰 건축회사를 운영 중이었던 그는 뉴욕의 유명한 플랫아이언 빌딩, 워싱턴 DC의 유니언 스테이션을 설계했다. 

당시 일개 미국인으로서 콧대 높은 유럽으로 건너가 런던의 셀프릿지 백화점을 멋지게 건축했다. 


도시계획 쪽으로 본다면 1893년 시카고 만국박람회의 총감독으로 화이트 시티라는 인공 도시를 창조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샌프란치스코, 워싱턴 DC, 심지어 당시 미국의 식민지이던 필리핀까지도 도시계획의 백 킬로미터짜리 선을 죽죽 그었다. 


시카고 플랜 1909, 도시계획의 시조새
시카고 플랜, 1909, 도시계획의 시조새
시카고 플랜의 첫장. 왼쪽에 미시간 호수에 접한 초록의 대도시 시카고란 컨셉을 구현하였다.


이후 도시계획 이론의 시조새 같은 시카고 플랜을 1906년부터 1909년까지 집필했다. 

미국에서 흔히 쓰는 street, avenue, boulvard의 개념도 이분이 정립했다. 

시카고란 대도시가 접한 미시간 호수가 지역이 경치를 쫓는 부동산업자들에게 난개발 되지 않도록 방대한 스케일의 구조를 짰다. 본인도 미시간 호수의 에반스톤이라는 대저택 지역에 방이 16개나 되는 집에서 잘 살았다. 


그리고 본인이 계획한 난개발 되지 않는 호숫가라는 가치와 매우 잘 어울리는, 그레이스랜드 묘지공원의 단 하나밖에 없는 호수 안 경치에 이렇게 잘 묻혀 있다. 


사진 오른편의 조그만 섬이 다니엘 번햄 가족묘
다니엘 번햄 가문이 묻힌 조그만 섬의 이름은 당연히 번햄 섬으로 명명되어 있다.


번햄 섬은 아주 자그마하다. 가운데가 다니엘 번햄, 왼쪽은 자식들. 
가운데가 다니엘 번햄의 묘지 
아버지 왼쪽의 다니엘 번햄 주니어



아버지 왼쪽은 똑같은 이름을 쓰고 똑같이 건축가로 활동한 다니엘 번햄 주니어가 묻혔다. 

1933~4년에 40년 전 아버지 자리 그대로 시카고 만국박람회 총감독을 맡았다. 

자식농사까지 잘 된걸 보면, 이 자리는 시카고 레전더리 재벌들과 경합한 자리중에서도 명당 of 명당 맞는 듯. 

심지어 후손들이 안 나서도 이 가족묘는 아주 잘 관리되고 있다. 아래 사진이 증거다. 


번햄 가족묘로 가는 다리가 낡아서 1912년 원 다리 디자인 그대로 2005년 다시 세움. 돈은 후원자들이 대줌



아흐 아롱디리

인제 시카고 다운타운의 다니엘 번햄 건물을 뽑아 한큐에 올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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