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나킴 May 22. 2022

시카고 오크파크의 가로미관사업

세상에서 제일 큰 시카고 스타벅스 건물에서 시작된 가로미관사업

뉴욕과 LA를 몇 년씩 살아본 나로서는 시카고에 와서 외관적으로 가장 놀란 것은 사실 건축물보다는 가로미관사업이다.  

시카고 다운타운의 큰 가로도 그렇지만, 오크 파크 이 작은 동만 한 도시도 가로미관사업을 어마어마하게 한다. 지름 일 미터도 훨씬 넘는 화분을 길가에 두고 뿌리꽃이 시들기도 전에 장식이 바뀐다. 생화와 절화를 적절히 섞어. 길에 수시로 바꾸어야 하는 꽃꽂이를 하다니 보는 나로서는 정말 놀라운 일. 


오크파크나 시카고는 주요 가로에 엄청 큰 꽃꽂이를 계절과 명절 별로 자주 바꾼다. 오른쪽의 카트로 인부가 길을 따라가며 화분마다 계속 재료를 내려놓더라
시의 비용으로 자주 바뀌는 이 가로 꽃꽂이(뿌리 꽃과 절화 재료를 섞어)
오크파크의 이 꽃꽂이는 부활절쯤이었던 걸로 기억. 


오크파크 시의 추수감사절 시즌 가로등 장식. 시의 그 많은 가로등에 옥수수 달린 옥수숫대를 잔뜩 묶어놓아 저으기 놀램. 



이 그레이트 시카고 지역의 대단한 가로미관사업은, 사실 유래가 깊지는 않다.  

현재까지 세상에서 제일 큰 스타벅스라고 하는 시카고의 스타벅스 건물(646 n. michigan ave)이 있다. 요즘의 천장고 십 미터 이상 되는 초대형 창고형 카페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어 이게 정말 세계 최대 규모 맞아라고 읊조린다.  

'세상에서 제일 큰'이란 수식어는 건물의 각층 바닥 면적을 합친 연면적으로 계산되기 때문이다.  

이 건물은 층수는 많으나 결정적으로 층고가 낮고 사람은 너무 많아서, 그렇게 어마어마하게 큰 공간감을 주지 않는다. 금색 중앙 파이프에 감동하고 후딱 사진 찍고 바깥으로 탈출하고 싶은 답답함이다.  


시카고 스타벅스 탑층 전경

이 건물은 스타벅스 용으로 신축한 것이 아니라 기존의 상가를 개조한 것이다. 1990년에 지은 이 건물은 시카고에서 시작한 홈 데코 체인점, 크레이트 앤 배럴(the Crate & Barrel)의 플래그 쉽 건물이었다.  


이 건물이 크레이트 앤 배럴이던 시절, 이 일대는 중심 상업지구였지만 그다지 치안과 미관이 좋지 않았다. 아름다운 홈 데코 가게의 플래그쉽 스토어였던 이곳에서 자발적으로 자기 땅도 아닌 자기 건물 앞 공공 화단에 큰 화분을 두고 초대형 꽃꽂이를 하며 아름답게 장식하기 시작했다.  


쓰레기를 버리지 마시오 라는 글자보다 그 자리에 텃밭이나 화분을 두는 것이 지나가는 행인의 쓰레기 투척을 막는다는 연구 결과는 미국이나 우리나라나 똑같다. 그렇게 이 초대형 화분 장식은 그렇게 시카고 매그니피시컨트 마일(Magnificent Mile) 일대의 상업지구에 퍼져나갔고, 시카고 시에서도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했다. 이 시카고 인접의 오크 파크까지도. 


크리스마스 시즌 가로 꽃꽂이, 시카고 다운타운
크리스마스 가로 조경 꽃꽂이. 시카고 다운타운. 한국에서는 볼수 없는 자이언트 솔방울로 장식되어 있다. 


오크 파크에 정착해서 저 초대형 공공 화분 꽃꽂이를 하고 있는 근로자들의 감독에게 말을 걸었었다. 너무 신기해서. 시카고 시내 초대형 화분들도 자기네가 관리하는데, 손가락으로 셈을 꼽아 보더니, 아마 오크 파크 시보다 시카고 번화가는 일 년에 두 번은 더 바꾸는 것 같아라고...  시카고의 백화점과 플래그쉽 스토어가 즐비한 가로에 비하면 여기는 엄청 작은 소도시의 동네 가로인데, 아무튼 대단한 great chicago area 야라고 감탄. 



오크 파크의 자발적 가로 미관 + 홈 데코 사진 짤.


동네 주택들의  너른 정원은 대부분 가드닝 전문 업체가 관리한다. 세인트 패트릭 데이, 부활절, 추수감사절,  핼러윈, 크리스마스 때마다 집 밖 장식이 크게 바뀐다. 개인이 창고에 있는 장식품 꺼내  장식하기도 하지만, 매 철마다 전문 장식 업체를 고용해 고가 사다리 타고 장식하는 집들도 많다. 

오크파크의 어느 집 장식. 이 말머리 고리는 예전 마차 시절 말을 묶어두던 시설. 마차 시대에 생성된 오래된 부자 동네 저택 앞에서 가끔 발견되는 아이템이다. 
오크파크 내 집합주거 앞의 핼러윈 꽃꽂이 장식
오크파크의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홈&스튜디오의 화분 시즌 장식. 그의 작품엔 입구 근처에 쌍 대형 화분을 많이 둔다

작품들의 면면을 보면, 개인의 작품이라기보다 야외 장식 전문 플로리스트가 작업하는 듯. 

우리나라에서 이 정도 초대형 꽃꽂이를 보려면 JW 메리어트나 신라 호텔 로비 정도는 가야 했던 것 같다. 


오크 파크 살며, 길거리에서 꽃꽂이 원 없이 보고, 덕분에 눈 많이 높아졌다.  

덕분에 나도 생화에다 자꾸 어디서 마른 나뭇가지를 꺾어와 뾰족뾰족 꽂으려 하고 있다. 

이전 09화 오크파크의 로컬 건축가, E.E Roberts-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