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제일 큰 시카고 스타벅스 건물에서 시작된 가로미관사업
뉴욕과 LA를 몇 년씩 살아본 나로서는 시카고에 와서 외관적으로 가장 놀란 것은 사실 건축물보다는 가로미관사업이다.
시카고 다운타운의 큰 가로도 그렇지만, 오크 파크 이 작은 동만 한 도시도 가로미관사업을 어마어마하게 한다. 지름 일 미터도 훨씬 넘는 화분을 길가에 두고 뿌리꽃이 시들기도 전에 장식이 바뀐다. 생화와 절화를 적절히 섞어. 길에 수시로 바꾸어야 하는 꽃꽂이를 하다니 보는 나로서는 정말 놀라운 일.
이 그레이트 시카고 지역의 대단한 가로미관사업은, 사실 유래가 깊지는 않다.
현재까지 세상에서 제일 큰 스타벅스라고 하는 시카고의 스타벅스 건물(646 n. michigan ave)이 있다. 요즘의 천장고 십 미터 이상 되는 초대형 창고형 카페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어 이게 정말 세계 최대 규모 맞아라고 읊조린다.
'세상에서 제일 큰'이란 수식어는 건물의 각층 바닥 면적을 합친 연면적으로 계산되기 때문이다.
이 건물은 층수는 많으나 결정적으로 층고가 낮고 사람은 너무 많아서, 그렇게 어마어마하게 큰 공간감을 주지 않는다. 금색 중앙 파이프에 감동하고 후딱 사진 찍고 바깥으로 탈출하고 싶은 답답함이다.
이 건물은 스타벅스 용으로 신축한 것이 아니라 기존의 상가를 개조한 것이다. 1990년에 지은 이 건물은 시카고에서 시작한 홈 데코 체인점, 크레이트 앤 배럴(the Crate & Barrel)의 플래그 쉽 건물이었다.
이 건물이 크레이트 앤 배럴이던 시절, 이 일대는 중심 상업지구였지만 그다지 치안과 미관이 좋지 않았다. 아름다운 홈 데코 가게의 플래그쉽 스토어였던 이곳에서 자발적으로 자기 땅도 아닌 자기 건물 앞 공공 화단에 큰 화분을 두고 초대형 꽃꽂이를 하며 아름답게 장식하기 시작했다.
쓰레기를 버리지 마시오 라는 글자보다 그 자리에 텃밭이나 화분을 두는 것이 지나가는 행인의 쓰레기 투척을 막는다는 연구 결과는 미국이나 우리나라나 똑같다. 그렇게 이 초대형 화분 장식은 그렇게 시카고 매그니피시컨트 마일(Magnificent Mile) 일대의 상업지구에 퍼져나갔고, 시카고 시에서도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했다. 이 시카고 인접의 오크 파크까지도.
오크 파크에 정착해서 저 초대형 공공 화분 꽃꽂이를 하고 있는 근로자들의 감독에게 말을 걸었었다. 너무 신기해서. 시카고 시내 초대형 화분들도 자기네가 관리하는데, 손가락으로 셈을 꼽아 보더니, 아마 오크 파크 시보다 시카고 번화가는 일 년에 두 번은 더 바꾸는 것 같아라고... 시카고의 백화점과 플래그쉽 스토어가 즐비한 가로에 비하면 여기는 엄청 작은 소도시의 동네 가로인데, 아무튼 대단한 great chicago area 야라고 감탄.
오크 파크의 자발적 가로 미관 + 홈 데코 사진 짤.
동네 주택들의 너른 정원은 대부분 가드닝 전문 업체가 관리한다. 세인트 패트릭 데이, 부활절, 추수감사절, 핼러윈, 크리스마스 때마다 집 밖 장식이 크게 바뀐다. 개인이 창고에 있는 장식품 꺼내 장식하기도 하지만, 매 철마다 전문 장식 업체를 고용해 고가 사다리 타고 장식하는 집들도 많다.
작품들의 면면을 보면, 개인의 작품이라기보다 야외 장식 전문 플로리스트가 작업하는 듯.
우리나라에서 이 정도 초대형 꽃꽂이를 보려면 JW 메리어트나 신라 호텔 로비 정도는 가야 했던 것 같다.
오크 파크 살며, 길거리에서 꽃꽂이 원 없이 보고, 덕분에 눈 많이 높아졌다.
덕분에 나도 생화에다 자꾸 어디서 마른 나뭇가지를 꺾어와 뾰족뾰족 꽂으려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