핼러윈에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집들에서 사탕 받기 4
피터 비치 하우스(Peter A. Beachy House(1906))
피터 비치 하우스는 오크파크에서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지은 수십 개의 집 들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집이다. 가장 살아보고 싶은 집의 느낌과 형태라서다.
원래는 이 자리에 있던 고딕 스타일 건물을 리노베이션 한 것인데, 프랭크 로이드가 바닥 기초를 제외하곤 거의 다 헐어 통째로 재 디자인했다.
이 집은 그의 프래리 스타일의 특징인 지나치게 깊은 처마, 은닉된 출입구와 작은 세로 창문이 아니다. 누군가가 숨어 살 듯한 좀 답답해 보이는 은신처의 느낌이 아닌, 아메리칸 미드 센트리의 경쾌하고 열린 느낌이다. 두터운 벽돌로 친근하게 쌓아 올리고 노란색을 이층에 두른, 밝고 너른 집이다.
말하자면 유저 프렌들리 하게 지어졌다고 해야 할까. 그래도 이 집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일본에 다녀와 설계하여 디테일에 일본 느낌이 많이 들어갔고, 엄연한 프래리 스타일의 작품으로 간주된다. 건축가가 같이 디자인한 이 집의 오리지널 수직 성향의 가구는 현재 밀워키 아트 뮤지엄에 기증 전시되고 있다.
이 집의 화룡점정은 너른 잔디밭 위 거대한 자목련이다. 그 앞을 지나면서 수없이 자목련 꽃잎을 주워 아이와 어디선가 본 대로 목련꽃잎 풍선을 불어보려 볼이 불룩해지도록 연습했던지라. 아이는 지금도 목련꽃잎을 보면 풍선을 불자고 엄마에게 반갑게 내민다. 다 이 피터 비치 하우스의 추억이다.
이 집 앞을 워낙 많이 지나다니며 이 집에 대한 환상이 가득했던지라, 핼러윈 밤 나는 사탕 받으러 문을 두드리는 아이를 쫓아 이 집 현관까지 진입했다.
옆의 아서 휴틀리 하우스처럼 멋진 은발 아저씨가 나오실까 생각했는데, 웬걸 투실투실한 중국 아줌마가 나왔다. 아이에게도 초콜릿 박스를 내밀고, 뒤에 서있던 어른인 ㅠ.ㅠ 나에게도 일본 고양이 인형처럼 웃으며 "Do you want some chocholate? "이라고 녹음기처럼 이야기하며 초콜릿 박스를 내밀었다.
나는 순간 당황해서 아니라며 손사래를 치고 나왔다. 그간 이 집에 대해 꿈꾸던 환상이 바사삭 떨구어졌다.
이건 미국 역사문화재로 등록된 건물인데, 중국 사람이 샀나 보구나. ㅠ.ㅠ
외국인 패널들이 나오는 티브이 프로그램에서 이탈리아 출신 방송인들이 이탈리아 고색창연한 건물들을 중국인들이 사들여서 다 중국 꺼가 되었다고 속상해하던 모습이 갑자기 이해가 됐다.
나는 미국인도 아니면서 왜 이날 밤 이렇게 속상했을까. 고작 내 나이 또래로 보였던 중국 아줌마가 이 대저택에 살아서 질투가 났던 걸까. 돈많은 중국인들이 사들이는 부동산의 양이 미국이던 한국이던 너무 압도적이어서 위협적으로 느껴지기도 했고. 아메리칸 스윗 홈의 어퍼 스케일 버전인 이 집에 내가 살아보고 싶다며 그간 너무 많은 환상을 가지고 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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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설계한 집들에서 핼러윈 사탕 받던 짤.
3층짜리 미드 센트리 아파트 3층 우리 집에서 도보로 몇십 걸음인지라 늘 빠꼼히 내려다 보이던 프랭크 토마스 하우스( Frank W. Thomas House, 1901)에서는 이십 대 초반 정도의 잘생긴 형아들이 나와 사탕을 줌.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개 페페가 앞마당에 묻혀 있는 로라 게일 하우스에서도 사탕 겟
그렇게 저렇게 핼러윈 저녁부터 밤, 일리노이주 오크 파크의 많은 집들을 돌아다녔다.
10월 31일에 폭설이 오는 경우는 흔치 않아서, 엘사 드레스를 입고 눈발을 헤치며 친구들과 온 동네를 헤맨 기억은 아이에게 너무 가슴 벅차게 각인되어 있다.
이후 해들의 모든 핼러윈 액티비티들이 이날만 못 함에 아이는 늘 서운해한다는.
나에게도 좀 그렇다. 이날 아니고서 언제 이 많으 미국의 역사문화재 대저택들을 프리패스로 들어가 보겠는가.
핼러윈 밤 오크파크의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집들 문 두드려본 썰 여기서 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