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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나킴 May 16. 2022

오크파크의 로컬 건축가, E.E Roberts-2

동네 주민들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보다 이분을 더 사랑하더라

이러한 고마우신 이웃들의 영향으로, 남편의 일 년 안식년 끝에 제출하는 논문은 오크파크의 동네 건축가 E.E. 로버츠에 대한 연구가 되었다.  


논문 쓰는 내내 남편은 계속 주절주절 댔다. 그때 그 할머니 할아버지가 너무나 간곡하게 옆 옆집을 찾아가 보여줘서 이걸 꼭 써내야만 할 것 같아.  


남편은 머리를 쥐어뜯기도 했다. 미국 근대 건축 역사 쪽으로는 지금껏 이분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거의 안 된 이유가 있다며. 솔직히 말하면 건축가로서 별 특징이 없어서라고.   


동시대의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는 오크 파크 내의 25개의 작품으로도 수많은 논문이 전 세계 연구자들에 의해 발표되고, 지금도 새로운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  

E.E 로버츠는 같은 시기 오크 파크 내에 250여 개의 작품을 지었지만(현재 잔존하는 것은 137개), 제대로 된 논문이 나온 건 70년대에 미국 사람이 쓴 단 한편이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홈&스튜디오와 그의 오크파크 작품 분포 / 옆지기 논문에서 캡처^^ 
E.E. 로버츠의 홈&스튜디오와 그의 오크파크 작품 분포/옆지기 논문에서 캡처^^



E.E. 로버츠는 초기의 프래리 스타일 건축가로 분류되지만, 본인이 프래리 건축 스타일을 창시한 게 아니라서다. 당시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로 인해 프래리 스타일 건축이 시작되고 유행하니, 이분도 시류에 맞춰 따라 했던 게다. 또한 E.E 로버츠는 오크 파크의 중산층의 개인 주택이나, 2~4층의 상업건물을 설계했다.  

오크 파크를 벗어난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처럼 더 큰 물에서 재벌의 주택, 커다란 호텔과 오피스, 정부 청사 설계로 나아가지 않았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반의 주택 시장은, 카탈로그 하우스라는 방법이 유행했다. 우편으로 배달된 종이 카탈로그를 보고 문짝과 창문 등을 오더해 똑같이 짓는 방법이 대중적이었다.  


혹은 집장사가 완전히 똑같은 목조 개인주택을 수백 개씩 한꺼번에 대단지로 지어버리는 방법이 적은 비용으로 많은 이윤을 창출했다.  오크 파크 남쪽의 건더슨 역사 지구(Gunderson Historic District)의 프랭크 드머니(Frank O. DeMoney)가 지은 224채의 완벽히 똑같은 집장사 집처럼.  


E.E. 로버츠는 로컬 건축가지만, 이백 개가 넘는 본인의 작품들을 Ctrl C+ Ctrl V 하지 않았다. 고객의 취향에 맞추어 세세히 퀸 앤, 튜더 리바이벌, 싱글, 아르누보, 프래리 스타일처럼 하나하나 다르게 디자인했다. 집의 속도 최상급의 오크 내장재와 스태인드 글라스를 가득 채워 넣고.  


Charles E. Cessna house/ 오크파크/ 1906년/ E.E. 로버츠


오크파크에 아내와 자녀들을 남겨두고 내연녀와 도망간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와는 달리, E.E. 로버츠는 죽을 때까지 이곳에 거주하며 모범적인 가정을 꾸리고 아들을 건축가로 키워 회사를 물려주었다.  

오크파크 언저리에 부부와 자녀들이 가족묘로 함께 묻혀있기 까지 하다.  

이렇게 진정한 동네 밀착형 건축가임에 지금껏 이리도 오크 파크 주민에게 사랑받는 게다.  


남편은 논문을 쓰는 내내 감탄사를 내뱉었다. 어 우리가 갔던 자전거 가게도 E.E. 로버츠가 했네? 초등학교 앞 굴뚝 있는 그 집도! 어 고사리를 처마에 걸어놓은 그 집도!! 헤밍웨이가 나온 고등학교도! 그 교회도! 이렇게 감탄사를 나열하며 논문 쓰는 내내 추억에 행복해했다. 


오른편은 1922년에 아버지 E.E. 로버츠가, 왼편은 1926년에 아들 엘머 로버츠가 설계해 연결했다. (Park View and Park Grove Mannor)


그래서 오크 파크의 많은 주민들은, 자기가 살고 있는 집을 만들고 동네 상점과 교회, 극장, 학교를 설계한 우리 동네 건축가 E.E. 로버츠를 그 유명한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보다 더 많이 좋아하고 자랑스러워하는 듯하다.  

우리도 그렇다. 오크 파크라는 소도시의 문을 두드리고 들어가고 한순간 깊게 살아봤던 가족 모험의 장소를 드넓게 제공해 주신 건축가니. 






결혼은 모험의 시작이고, 저는 이렇게 작은 모험 공동체를 이루어 나아가고 있습니다.

첫 번째 책 뉴욕과 두 번째 책 LA를 쓴 후 십 년을 멈춰 있던 이유는, 그간 이 모험 공동체를 만들고 양분을 주고 있었거든요.


뉴욕과 LA책은 기존 자료를 저인망 어선으로 훑듯이 조사해서 전체 도시를 커버하고 각 세부 지역별 이야기와 걷기 여행 루트까지 만들었는데, 시카고는 바다낚시처럼 몇몇 이야기만 집어냈습니다.  


일과 가정을 병행하면서 이 작업을 하는 중이라, 전작들처럼 풀타임 시간을 쓸 수가 없어서요.  

이런 식으로 시카고에서의 제 이야기를 풀고 맺는 것이 지금에 충실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안나 킴의 시카고 이야기는 우선 여기까지 입니다.  



오크파크에서 일년동안 살던 아파트의 창밖 풍경. 집 정리 마지막날 찍은 사진




참고:  

*근대 초기 지역 건축가 에벤 에즈라 로버츠의 건축적 영향과 특성 분석에 관한 연구 - 미국 시카고 인접 지역 도시 오크 파크를 대상으로 /이용재/ 2021


https://www.oakpark.com/2013/05/07/cessna-house-will-stop-housewalkers-in-their-trac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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