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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나킴 Mar 26. 2022

아서 휴틀리 하우스, 초기 프래리 양식 대표작

핼러윈에 시카고 오크파크의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집들에서 사탕 받기 2



오크 파크의 내가 살던 작은 아파트에서 애가 다니던 홈즈 초등학교까지 함께 걸어가는 시간은 십분 남짓이다. 그 안에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작품이 여섯 개, 애 데려다주고 옆 골목길로 돌아오면 그의 작품을 열개가 넘개 조우하는 산책을 일 년 동안 매일매일 오며 가며 했다. 


지금 사람이 살고 있는 평지의 저택들이 너른 정원에 한결같이 담을 두르지 않아 등하굣길 산책은 신선한 눈 호강이었다. 지난밤 눈에 나무줄기가 찢어졌네, 양철 화분 커버 벗기고 드디어 뭐 심었구나, 큰 개랑 산책하는 저 아저씨가 저 집주인이었네, 이 집엔 거동이 불편한 분이 사나 봐 휠체어 리프트 공사 중이네, 이번 시즌에 심은 관엽식물 너무 멋진데, 밤에 이층 거실 조명 너무 멋지다 등등의 시시콜콜한 동네 집들 구경. 


그렇게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저택들의 철 따라 변하는 사진과 함께, 핼러윈 때 이 집 주인 만나본 살짝 풀어본다. 



1. 아서 휴틀리 하우스( Arthur B. Heurtley House, 1902년)


겨울 초봄에는 입구의 두 대형 화분에 양철 뚜껑을 덮어둔다. 물이 괴어 발생하는 동파 방지. 


아서 휴틀리 하우스는 오크 파크에 있는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초기 작품 중 가장 그 전형성을 띤 대표 작품이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본인이 가족과 이십 년간 살던 집이 지척에 있긴 하다. 그곳은 6명의 자녀들을 키우며 직원들과 일하는 곳으로도 썼던지라 개조 확장을 거듭해 속이 신비롭고 아름답더라도 겉은 약간 더덕더덕, 그다지 단아하지 않다. 


반면에 아서 휴틀리 하우스는 부유한 은행가의 의뢰로 한 번에 완성한 집이라 단아한 완성도가 높다. 해가 들어오는 것을 가려주는 수평으로 매우 깊은 처마. 마치 지층을 프레스기로 눌러 버린 듯한 많은 수평선의 집합. 중앙이 아닌 옆으로 숨겨져 붙은 메인 출입구와 장식용 쌍둥이 대형 화분 등이 초기의 대초원 프래리 양식의 전형성을 보여주고 있다. 티파니 램프 식 의 곡선이 아닌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만의 직선과 초록 노랑을 많이 사용한 스테인드 글라스 유리창까지. 그 유기적 조합이 매우 단아하고 아름답다. 


시카고대 근처에 로비 하우스가 좀 더 큰 규모의 프래리 양식을 보여주고 있지만 이미 사람이 살지 않는 관람용 박물관이다. 밤이면 거실에 환하게 사람의 불이 켜지는 아서 휴틀리 하우스는 봄이면 정원 토끼굴에서 태어나 햇살을 받고 있는 토끼 새끼들과 가을이면 분주한 청설모 떼까지도 다 한가족스럽다.  


이 집은 1920년부터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여자 형제(Jane Porter)가 남편과 26년간 거주했다. 1930년대에 한층은 자신이 살고 다른 한층은 임대를 주는 듀플렉스 형태로 개조했다. 이후로도 소유권이 바뀔 때마다 잦은 개조가 있었다. 심히 훼손된 상태로 1997년 현재 오너(Ed & Diana Baehrend)의 소유가 되었다. 구매 가격의 5배의 비용을 복원에 쏟아부으며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지었던 시대의 원 상태로 돌려놓았다. 복원 전문 건축가를 고용해 세부사항을 지휘하게 하고, 원래의 스테인드글라스를 리프로덕션 맞춤하고, 그 시대의 가구까지 구해 채워 넣었다. 


그리고 이 현재 오너는 아직도 여기서 잘 살고 계신다. 인상 좋은 할아버지시다. 


마당에라도 들어가 보고 싶어서 그림자가 들어갔습니다. (남편 짤)
어스름의 입구 조명. 창문을 확대해 보면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시그니처 직선 스테인드 글라스가 가득하다. 


날이 따뜻해져 양철 화분 커버를 벗기고 집의 색깔과 어울리는 관엽을 식재했다. 프랭크 로이트 라이트의 주택은 쌍 대형 화분을 둔 곳이 많다. 
핼러윈 때 장식은 이렇게 하심


할로윈날 입구에 도착. 할아버지께서 초콜릿 박스 들고 기다리고 계심. 뒤의 쌍둥이 화분 크기 비교되시나요


이 집을 복원하고 잘 가꾸고 살고 계신 주인 할아버지. 핼러윈 초콜릿도 알사탕 정도가 아닌 큰 걸로 준비해 두셨다. 토토로 잠옷 코스튬을 입은 엄마의 굽신굽신 짤



황금색 조명이 가득 켜진 아서 휴틀리 하우스. 


글을 쓰며 조사하다 보니, 올해 2022년의 5월 오크파크에서 열리는 건축 축제, 라이트 플러스 하우스 워크 (Wright plus housewalk) 행사에 이 할아버지 집, 아서 휴틀리 하우스에서 하는 특별 티켓이 있더라. 


이 건축 축제의 일반 티켓은 100불 정도 하고 그날 10여 개의 집들을 들어가 볼 수 있다. 

이 행사에는 늘 금방 매진되는 고가의 특별 티켓이 있는데,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행사 당일 각 집마다 늘어서는 긴 줄을 스킵하는 특권이 있다. 

중요한 것은 식사가 포함되었는데, 프라이빗 런천은 오크파크의 오래된 소셜 클럽( Nineteenth Century Club)에서 먹고, 저녁이 정말 특별하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멋진 저택에서 미슐랭 급 시카고의 유명 셰프가 준비하는 특별 디너를 저택 오너와 함께 한다. 전 해에는 시카고 한 곳의 대저택에서 했었는데, 2022년에는 시카고 한 곳, 오크파크 두 곳의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대 저택의 오너가 참여하는 걸로 확장되었다. 


워런 버핏과의 식사권 경매 등 유명인과의 만찬 경매가 이벤트화 되어 있는 세상이다. 건축 애호가들에게 문화재인 개인 저택에서 비슷한 취향을 가진 예약객들과 함께 오너와 식사하는 경험. 시카고 유명 셰프의 식사와 함께 건축물의 복원 스토리를 들으며 그 집 거실과 화장실까지 써 보는 경험은 정말 정말 인기가 있다. 


그리고 이런 행사에 문을 열어 주는 주인들은 돈을 벌겠다기보다(일 년에 한 번 소수 디너 티켓인데 얼마나 벌겠어, 이미 엄청 부자인 분들인데) 자신의 경험과 취향에 관한 스토리를 나눠주고 싶은 분들인지라, 그분들의 스토리를 듣는 것도 참 가슴 벅찬 일이다. 

나는 이미 이 할아버지의 커다란 핼러윈 초콜릿 박스에서 이분의 배려심 가득 넓은 마음을 느꼈거든. 


이 전해의 프랭크 로이트 라이트 저택 특별만찬 사진



이 특별 티켓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여기 참고. 

올해 특별 티켓은 이미 마감이나, 이 행사는 역사 깊은 애뉴얼로 내년에도 계속 진행됩니다. 

https://flwright.org/wrightplus/ultimatesaturday



open house new york이라는 행사를 2000년대 중후반에 관람했었다. 

여러 가치 있는 건축물들의 속살을 하루 공개하는 행사. 얼마 후 한국에서도 open houes seoul 이 생겨나서 매우 반가웠다. 

잡지 행복이 가득한 집에서 하는 행복 작당 행사가 만찬은 없지만 라이트 플러스 하우스 워크와 성격이 일맥상통해 보인다. 

코로나 끝난 세상이 되면 북촌의 그 행사 한번 가봐야지. 

코로나 끝난 세상에선 뭘 못하겠냐 싶다. 





참고.

https://flwright.org/researchexplore/wrightbuildi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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