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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미술관

by Anna Lee

10월 마지막 주 가을 깊은 어느 날, 뉴욕 퀸스에 있는 현대미술관 PS1(The Museum of Modern Art; MoMA PS1)에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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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0년 로마네스크 건축 양식으로 지어진 이 빌딩은 학교로 쓰이다 버려진 후 1971년 예술학교, 현대미술 센터로 재탄생하였고, 2001년 맨해튼 현대미술관(MoMA)의 부속기관 MoMA PS1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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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 가까이 있는 카페는 하얀 벽과 높은 천장이 밝고 깨끗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교실을 연상케 하는 높은 창문과 테이블들이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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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창문을 통해 본 맞은편 건물의 창들에 파란 하늘이 비치고 있었다.

하늘을 품은 창들이 오래된 건물 벽에 걸린 미술작품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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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마나 내나(Jumana Nanna), 우마 라시드(Umar Rashid), 프리데다 토렌조 재거(Frideda Toranzo Jaeger)의 인종차별, 페미니즘 등을 주제로 한 작품들을 보았다.

이 미술관은 실험적 작품들이 많이 전시되기로 유명하다.

생태학적 렌즈로 뉴욕을 바라본 'Life Between Buildings' 사진들을 통해 도심 거리의 작은 구석들을 눈여겨보면서 문명과 자연의 공존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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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의 복도와 전시실엔 낡은 학교 건물의 정취가 가득하다. 풍부한 자연 조광과 열린 공간이 작품들과 어우러져 마치 건물 전체가 예술작품인 듯한 느낌을 준다.

엘리베이터가 아닌 계단만을 사용해 층간을 오르내리게 돼 있다. 계단과 계단 사이, 벽과 벽 사이 모두가 작품으로 이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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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꼼 열려있던 어느 방 안으로 들어가니 서너 명의 사람들이 벽을 두른 나무 벤치에 앉아 휴대폰을 보거나 고개를 들어 위를 보고 있었다. 휴게실인 줄 알고 들어간 나는 사람들의 시선을 따라 위를 쳐다보고 깜짝 놀랐다. 천장에 뚫린 직사각형 모양의 공간을 통해 하늘이 보였다.

제임스 터렐(James Turrell)의 'Meeting'이란 작품이다. 작가의 열두 개 하늘공간(Skyspaces) 중 두 번째 작품이자 미국에서의 첫 작품이라고 한다.

유리 없이 그대로 보이는 파란 하늘이 만져질 듯했다. 구름이 있었으면 하늘이 스스로 그린 그림이 되었을 것 같다.

Meeting - 나와 하늘과의 만남 혹은 나와 그 방 안의 모르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의미하는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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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곳곳이 작품이다.

3층 복도 끝 벽에 난데없는 구멍이 있었다.

앨런 사렛(Alan Saret)의 'The Hole'이란 작품이다.

손가락만 한 구멍으로 바깥 빛이 새어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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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의 북 스토어에는 미술 서적과 엽서들이 예쁘게 진열돼 있었다.

천장 디자인과 조명이 마음에 들어 몇 번이나 올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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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칫 딱딱해 보일 수 있는 학교 건물을 아름다운 공간으로 바꿔놓은 예술적 감각에 감탄이 흘러나왔다.

자연과 직접 맞닿는 듯한 전시들을 통해 숨이 깊게 쉬어지며 날개가 돋아날 것 같은 자유로움을 맛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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