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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a Lee Nov 08. 2022

가을의 미술관

10월 마지막 주 가을 깊은 어느 날, 뉴욕 퀸즈에 있는 현대미술관 PS1(The Museum of Modern Art; MoMA PS1)에 갔다.



1890년 로마네스크 건축 양식으로 지어진 이 빌딩은 학교로 쓰이다 버려진 후 1971년 예술학교, 현대미술 센터로 재탄생하였고, 2001년 맨해튼 현대미술관(MoMA)의 부속기관 MoMA PS1이 되었다.



입구 가까이 있는 카페는 하얀 벽과 높은 천장이 밝고 깨끗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교실을 연상케 하는 높은 창문과 테이블들이 인상적이었다.



카페 창문을 통해 본 맞은편 건물의 창들에 파란 하늘이 비치고 있었다.

하늘을 품은 창들이 오래된 건물 벽에 걸린 미술작품 같았다.



주마나 내나(Jumana Nanna), 우마 라시드(Umar Rashid), 프리데다 토렌조 재거(Frideda Toranzo Jaeger)의 인종차별, 페미니즘 등을 주제로 한 작품들을 보았다.

이 미술관은 실험적 작품들이 많이 전시되기로 유명하다.

생태학적 렌즈로 뉴욕을 바라본 'Life Between Buildings' 사진들을 통해 도심 거리의 작은 구석들을 눈여겨보면서 문명과 자연의 공존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수 있었다.



미술관의 복도와 전시실엔 낡은 학교 건물의 정취가 가득하다. 풍부한 자연 조광과 열린 공간이 작품들과 어우러져 마치 건물 전체가 예술작품인 듯한 느낌을 준다.

엘리베이터가 아닌 계단만을 사용해 층간을 오르내리게 돼 있다. 계단과 계단 사이, 벽과 벽 사이 모두가 작품으로 이루어져 있다.



빼꼼 열려있던 어느 방 안으로 들어가니 서너 명의 사람들이 벽을 두른 나무 벤치에 앉아 휴대폰을 보거나 고개를 들어 위를 보고 있었다. 휴게실인 줄 알고 들어간 나는 사람들의 시선을 따라 위를 쳐다보고 깜짝 놀랐다. 천장에 뚫린 직사각형 모양의 공간을 통해 하늘이 보였다.

제임스 터렐(James Turrell)의 'Meeting'이란 작품이다. 작가의 열두 개 하늘공간(Skyspaces) 중 두 번째 작품이자 미국에서의 첫 작품이라고 한다.

유리 없이 그대로 보이는 파란 하늘이 만져질 듯했다. 구름이 있었으면 하늘이 스스로 그린 그림이 되었을 것 같다.

Meeting - 나와 하늘과의 만남 혹은 나와 그 방 안의 모르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의미하는 것 같기도 하다.



건물 곳곳이 작품이다.

3층 복도 끝 벽에 난데없는 구멍이 있었다.

앨런 사렛(Alan Saret)의 'The Hole'이란 작품이다.

손가락만 한 구멍으로 바깥 빛이 새어들고 있었다.



1층의 북 스토어에는 미술 서적과 엽서들이 예쁘게 진열돼 있었다.

천장 디자인과 조명이 마음에 들어 몇 번이나 올려다보았다.



자칫 딱딱해 보일 수 있는 학교 건물을 아름다운 공간으로 바꿔놓은 예술적 감각에 감탄이 흘러나왔다.

자연과 직접 맞닿는 듯한 전시들을 통해 숨이 깊게 쉬어지며 날개가 돋아날 것 같은 자유로움을 맛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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