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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a Lee May 10. 2023

엄마

댈러스 총격 사건 희생자들을 애도하며

아침에 뉴스를 검색하다 울었다.

지난 주말 텍사스에서 벌어진 총기난사 희생자 중 한인 가족이 있었다. 30대 부부와 세 살 아이는 사망, 여섯 살 아이는 크게 다쳐 치료 중이다.

목격자에 의하면, 총을 맞는 순간 엄마가 아이를 꼭 끌어안고 감싸 아이가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한다.


해마다 수도 없이 일어나는 미국의 총격 사건. 희생자들의 삶과 사연, 가족의 애끊는 절규를 접할 때마다 형언할 수 없는 심정이 된다.

순식간에 가족을 잃고 혼자가 된 아이를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하다.

현장에서 사살된 범인은 백인우월주의자, 네오 나치 추종자였다고 한다.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고 그 가족을 비탄에 빠뜨릴 만한 어떤 이념도 세상에 있지 않다. 세상의 어떤 가치도 인간의 존엄과 사랑을 뛰어넘을 수 없다.


자신의 목숨을 잃어가던 순간까지 오직 아이를 구하기 위해 몸을 던진 엄마.

모성은, 엄마는 무엇인가.

우리도 다른 동물들처럼 잉태와 출산의 과정을 통해 자식을 얻는다. 그러나 엄마 됨에는 그 동물적인 과정을 뛰어넘는, 인간 특유의 무엇이 있다고 믿는다. 그게 무엇이기에 자식 앞에 자신의 목숨을 아무 망설임 없이 내놓을 수 있단 말인가.

이 지구와 우주 전체를 품고 숨 쉬고 있는 듯한 거대한 모성에, 마음 저변에서부터 시작된 울음을 울지 않을 수 없다.


가족 중 유일한 생존자가 된 어린아이를 위한 기부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한 시민의 말처럼, 희생자에게 꽃을 바치며 애도하는 일 말고도 법과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죽은 이를 위해 촛불을 밝히기 전에 살아있는 사람들, 언제 희생자가 될지 모르는 그들을 위해 각성의 불을 밝혀야 한다.

아이가 잘 자라주길, 부디 자신에게 남김없이 쏟고 간 엄마의 뜨거운 사랑만을 기억해 주길 바란다. 



https://brunch.co.kr/@annalee134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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