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종일 등이 아팠다.
엊그제 어려운 동작을 섞은 운동을 한 데다, 요즘 카페인을 줄이며 생긴 증상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아는 병이니 괜찮을 거라고.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통증은 심해졌다. 앉아있을 수가 없어서 일어나 집 안을 걸어 다녔다.
밥을 먹다가 눈물이 찔끔 났다. "나 아파" 말할 사람이 마땅히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여긴 모두 일할 시간, 서울은 모두 자고 있을 시간이었으니까.
몸이 고장 나니 마음도 고장 나는 모양이라고, 이러면 안 된다고 나 스스로를 달랬다.
밤에 자려고 누우니 등의 통증이 순식간에 온몸에 쫙 퍼졌다.
누군가 내 다리를 허리가 빠지도록 잡아당기는 것 같았다. 온몸의 신경이 반란군으로 돌변해 나를 공격하는 것 같았다.
순간, 아픔 사이로 공포가 엄습했다. 소름이 끼치면서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이렇게 몸 전체가 동시에 다 아파보긴 처음이었다.
괜찮아질 거야, 이를 악물고 바로 누웠다 옆으로 누웠다 엎드렸다를 반복했다. 아픔은 여전했다.
침대 위를 빙글빙글 돌았다. 어디가 아픈지 짚을 수도 없었다. 그냥 다 아팠다.
누워있을 수가 없어서 일어나 집 안을 걸어 다녔다.
잠시 후 침대로 돌아왔지만 통증은 머리끝에서 발 끝까지 계속됐다.
또다시 몇 바퀴를 침대 위에서 빙글빙글 돌았는지 모르겠다. 참고 있던 눈물이 터져 나왔다.
코와 눈 사이가 뻐근해지더니 목구멍 저 끝에서 끅끅 소리가 새어 나왔다. 나는 그 소리가 내 귀에 들리지 않도록 죽을힘을 다해 삼켰다. 내 울음소리가 내 귀에 들리는 순간 무너져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어릴 때 몸이 약하고 예민했던 나는 자주 아팠다. 아니, 아프다고 느꼈다.
어른이 되면서, 아픔 앞에 홀로 직면하게 되는 무기력함이 아픔보다 더 아팠다.
어릴 땐 왜 그렇게도 어른이 되고 싶었던 건지.
이리저리 자세를 바꿔보다 모로 누워 웅크린 채 깜빡 잠이 들었나 보다. 눈을 뜨니 블라인드 바깥이 부얬다.
세상의 모든 하얀 것들이 떠올랐다. 하얀 아침, 하얀 소음, 하얀 거짓말, 하얀 중독, 그리고 하얀 죽음 ⎯ 죽어야 다시 사는. 나는 어쩌면 매일 죽는 연습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침에 다시 살아나기 위해서.
모든 감각은 다시 제자리, 통증만 사라지고 없었다.
지독하게 아팠을 때가 그 어느 때보다 살아있음을 강하게 느낀 아이러니한 순간이었다.
말간 하늘처럼 어느새 아픔은 모두 사라지고 내 앞엔 새롭게 살아내야 할 아침이 힘차게 숨 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