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교환대 6
새 학기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은 학교는 활기에 찬 대신 새로이 세팅할 일들이 많아 부산스러웠다.
ELL 클래스에 새로 들어온 학생들의 적응을 돕느라 미카는 하루하루를 긴장 속에 보내고 있었다.
다른 나라에서 왔거나 전학을 온 학생들에게는 같은 반 친구 한 명씩을 도우미 메이트로 만나게 해 주었다. 그들은 점심시간에 같이 앉아 밥을 먹기도 하고 쉬는 시간에 함께 놀기도 하면서 자연스럽게 친해졌다.
친구를 사귀는 것만큼 학교에 재미를 붙이는 좋은 방법은 또 없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그녀가 ELL 교사가 된 이유의 절반 이상은 엠마였다.
남편의 발령으로 어린 엠마와 별 준비도 없이 오게 된 나라. 아이들은 어른보다 적응이 빠르니 괜찮겠지 생각했던 게 자신의 안일함이었다는 걸 미카는 나중에야 깨달았다. 아이들이 어른에 비해 편견이나 수치심이 적어 용감하다는 건 어른의 눈에 비친 아이의 모습일 뿐이다. 아이도 아이 나름대로 힘든 법이다.
엠마는 등교를 거부하거나 문제를 일으킨 적은 없었다. 그래서 더 아이의 속마음을 헤아리는 데 소홀했을 거라고, 시간이 좀 흐른 뒤 미카는 생각했다. 가끔 엠마가 어릴 때 이야기를 하다 볼멘소리로 "... 그때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 할 때면 미카는 마음 한구석이 물벼락을 맞은 것처럼 싸해지곤 했다.
미카는 엠마가 초등학교에 입학하자 엠마의 학교에서 자원봉사를 시작했다. 낯선 곳에서 힘들어할지도 모를 아이가 걱정이 돼서였다.
가끔 먼발치에서라도 엠마를 보면 훨씬 안심이 됐다. 엠마도 학교에서 미카를 보면 몹시 자랑스러워했다. 자신을 향해 손을 흔들고 손키스를 날리던 아이의 햇살 같은 얼굴을 미카는 눈을 감고도 그릴 수 있었다.
그러던 중, ELL 교사에 도전해 보라는 한 선생님의 권유를 받았다.
미카는 딱 한번 생각해 보고 공부를 시작했으며, 다음 해에 교사 자격증을 갖게 되었다.
수업을 마치고 집에 가려던 그녀는 발길을 돌려 어딘가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책갈피에 끼어있던 주소는 그녀가 책을 골랐던 도서교환대에서 멀지 않은 곳이었다.
공원을 지나 5분쯤 더 걸었을 때, 그녀는 어제 포스트잇에서 본 주소의 집을 찾을 수 있었다.
문 위쪽에 '3981'이란 숫자가 적혀 있는, 작은 정원이 예쁘게 꾸며진 집이었다.
주변에 아무런 인기척이 없어, 집은 마치 비어있는 것 같았다.
그녀는 집 앞에 선 채로 잠시 책과 집의 연결고리를 찾아보려 했다.
그러나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었다. 그녀는 다시 발길을 돌렸다.
왜 자꾸 책에 끼어있던 주소가 생각이 나는 건지 그녀 자신도 알 수가 없었다.
혹시 누군가 잃어버린 책이라면, 그래서 애타게 찾고 있기라도 하다면. 미카는 자신의 어이없는 행동을 이런 생각으로 합리화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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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이름, 지명, 사건은 허구입니다. 실제 인물이나 장소와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