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Precious!
승아는 하마터면 터져 나올 뻔한 비명을 꾹 누르며 눈을 비볐어요. 그리고 다시 거울을 보았어요.
승아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어요. 다른 건 다 보이는 거울 속에 승아만 쏙 빠져 있었어요.
승아는 눈을 크게 떴다 가늘게 떠 보기도 하고 감았다 다시 떠 보기도 했어요.
그래도 거울 속 승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어요.
'내가 투명인간이 된 건가?'
그때 똑똑 노크 소리와 함께 엄마가 욕실 문을 열었어요. "아직도 여기 있는 거야? 밥 먹어야지."
'투명인간은 아니네' 승아는 주방 쪽으로 총총 걸어가는 엄마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어요.
승아는 학교에서도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볼 수가 없었어요. 다른 아이들이 알까 봐 하루 종일 거울을 피해 다녔어요. 무슨 일일까 두려웠지만 승아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어요.
집에 돌아오자마자 승아는 침대에 털썩 누웠어요. 이제 더 이상 거울을 보는 것도 싫었어요. 자신의 얼굴이 비치지 않는 거울이 무서워졌어요.
그때 나비가 승아 곁으로 다가왔어요.
재작년 초등학교에 들어갈 무렵, 승아네 집 앞에서 떨고 있던 고양이 나비를 승아가 안고 왔어요. 안 된다는 엄마를 조르고 또 졸라 나비와 함께 살게 됐지요. 그날부터 나비는 승아의 베스트 프렌드가 되었어요.
승아는 언제나처럼 나비의 이마에 자신의 이마를 닿을 듯 가까이 대고는 나비의 눈을 바라보았어요.
그러자 갑자기 승아의 눈앞에 아름다운 숲 속 풍경이 펼쳐졌어요. 예쁜 꽃들이 활짝 피고 새들이 노래하는 아름다운 숲이었어요. 어리둥절한 승아에게 나비가 말했어요. "여긴 봄날의 숲이야."
"너 어떻게 말을 하는 거야?" 승아는 놀라서 물었어요.
"여기선 나도 말을 할 수 있지. 따라와." 나비가 앞장서 걸어갔어요.
어느새 승아와 나비는 파란 하늘이 비치는 바다를 보고 있었어요.
"여긴 여름날의 바닷가." 나비가 말했어요. 눈부신 햇살이 바닷물에 닿아 반짝거리는가 싶더니 어느새 둘은 황금빛 들판에 서 있었어요.
이름 모를 고운 야생화들이 가득 핀 사이로 한 송이 두 송이 꽃 같기도 별 같기도 한 눈이 내리기 시작했어요.
그러자 승아와 나비의 몸이 둥둥 떠오르더니 하얀 눈 속을 날기 시작했어요.
얼마나 높이 올라갔을까. 하얀 눈이 별이 되어 하늘 가득 떠있었어요.
멀리서 바라보기만 하던 별들을 이렇게 가까이서 볼 수 있다니, 승아는 신기하고 즐거운 마음을 누를 수가 없었어요.
이젠 어디라도 갈 수 있을 것 같았어요.
하고 싶은 건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때 나비가 말했어요. "이 우주는 바로 너야."
"내가 우주라고?" 승아는 나비의 말이 알쏭달쏭했어요.
"우린 지금 너의 세계에 들어와 있단다. 네 진정한 친구인 나의 눈을 통해 여기 올 수 있었지. 너의 세계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이 우주까지 세상의 모든 게 있단다. 넌 이 세상처럼, 이 우주만큼 중요해."
수많은 별들 중 하나가 점점 커지더니 밝은 빛으로 주위를 감싸기 시작했어요.
부신 눈을 감았다 뜨자, 승아는 어느새 자신의 방에 와 있었어요.
승아는 얼른 벽에 걸린 거울 앞으로 가보았어요. 거울 속에 언제나처럼 승아가 있었어요.
승아는 뛸 듯이 기뻤어요. "나비야, 이것 좀 봐, 이제 거울에 내가 보여!"
기지개를 켜던 나비가 "야옹" 하며 동그란 눈으로 승아를 바라봅니다.
이제 나비가 말을 하지 않아도 승아는 나비의 마음을 다 알 것 같았어요.
사랑하는 사람의 눈동자 속에 비친 나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입니다.
그리고 무한한 우주를 품은 나는 뭐든지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