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실과 미술관 사이

by 김리온

우리 아이는 뇌손상으로 인해 오른쪽 팔다리 사용이 불편한 경증 장애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또래보다 걸음마를 늦게 시작했고, 물리치료와 작업치료, 언어치료를 병행하며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치료실과 치료실 사이, 이동 경로 중에 잠시 시간이 날 때면 우리는 미술관에 들르곤 했어요. 처음에는 아기띠에 아이를 안고 전시를 관람했지만, 점차 아이가 걷기 시작하면서 손을 잡고 함께 전시장을 누비게 되었죠. 미술관은 우리 일상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신기한 건, 아이가 작품 앞에서 한 발짝 물러나 조용히 바라보는 모습이었어요. 마치 어른처럼요. 전시를 보던 어른들이 놀라워하며 "어떻게 이렇게 조용히 잘 보나요?"라고 물으시곤 했어요. 그럴 때마다 저는 "아기띠에 안겨 있을 때부터 다녔으니 익숙한 거 아닐까요?"라고 답했죠.

한 번은 한 작가님이 같은 질문을 하셨어요. 그분은 "우리 아이는 뱃속에 있을 때부터 미술관에 다녔는데도, 지금은 미술관을 싫어하고 소리를 지르며 도망 다녀요."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인지 우리 아이의 모습이 특별하게 느껴지셨나 봐요.

전시를 마친 후에는 늘 미술관의 정원이나 잔디밭으로 나갔어요. 아이가 잔디 위를 자유롭게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면, 아이를 위한 놀이터나 키즈카페가 아니어도 아이가 잘 뛰어노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걸음도 늦게 뗀 아이가 건강하게 뛰어다니는 모습이 너무 행복했거든요.

아이와 함께 미술관에 다녀온 사진을 올리면 종종 이런 댓글이 달립니다.
“어린이랑 가도 괜찮을까요?”

처음엔 미술관 입장이 가능한지를 묻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작품이 아이가 볼 만한지, 어린이에게 적합한지를 걱정하는 마음이더라고요.

우리가 처음 미술관을 함께 찾은 건 아이가 돌을 갓 지난 무렵이었어요.
‘육아 대신 내가 즐거운 걸 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특별히 공포심을 주거나 지나치게 자극적인 작품만 아니라면 어떤 전시든 자유롭게 보러 다녔습니다.

어린이 전시가 아닌, 성인을 위한 일반 전시를 쭉 함께 관람했고, 아이 역시 어린이용 전시에 더 큰 흥미를 보인 건 아니었어요.
그래서 '아이도 괜찮을까?'란 고민은 오래 하지 않았습니다.

돌이켜보면 양혜규 작가의 설치미술 전시, 자코메티의 조각, 알폰스 무하, 마리 로랑생 등 아이를 고려해서 선택한 전시는 아니었어요.
그저 “모르면 모르는 대로, 취향이 아니면 그냥 넘기고, 눈에 안 들어오면 안 보면 되지” 하는 마음이었죠.

예술은 어느 날 문득, 내 안으로 들어오거나 내가 예술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그날이 올 때까지는 그냥 자유롭게, 편안하게 보자고요.


미술관 방문 Tip

전시 설명은 아이가 먼저 관심을 보일 때: 아이가 멈춰 선 작품 앞에서 “왜 멈췄을까?”, “무슨 느낌이 들어?”처럼 질문을 던져보세요. 설명보다 대화가 먼저입니다.

전시 중간 휴식 장소 확보하기: 전시를 끝까지 보지 않아도 괜찮아요. 정원이나 로비에서 쉬는 것도 미술관의 일부 경험입니다.

아이의 감상 태도는 훈련이 아닌 ‘익숙함’에서: 자주 가면 익숙해지고, 익숙해지면 차분해져요. 미술관도 아이에게 충분히 익숙한 ‘일상 공간’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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