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수롭지 않은 것만큼 깊이
파고드는 것은 없다.

베이킹은 0.1g, 0.1초, 0.1도에도 결과가 달라진다.

by 안나짱임

볼일 보러 돌아다니다가 오른쪽 엄지발가락 끝이 느낌이 휑했다.

‘아, 양말에 빵꾸가 났나 보구나’

집에 잠깐 들어와 신발을 벗으니 역시나 엄지 끝이 환하게 방긋거리고 있네.


다시 나가야 하는데, 양말을 새로 가지러 들어가자니 귀찮아 오른쪽과 왼쪽을

바꿔 신었다. 엄지에 난 구멍이니 신으면 대충 왼쪽 약지와 중지쯤에 구멍이

올 것 같았고, 뭐 잠깐 신고 나갔다 올 거니 ‘이 정도면 뭐 어때~’ 하며 나갔다.


웬걸, 몇 발자국 걸어보니 생각보다 중지에 걸려 불편했지만,

그래도 또 ‘이 정도쯤은 잠깐 참을 수 있지’ 했다.


집에 돌아오는 길, ‘이 정도’쯤으로 여기던 구멍은 점점 살을 파기 시작했다.

집까지 그냥 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결국 길 한복판에 서서 양말을 벗어 쓰레기통에

버린 후 오른쪽만 신은 채 돌아왔다.


어차피 버릴 거 차라리 한 걸음마다 더 찢어지기라도 했으면 아프지나 않았을 텐데..



살다 보면 그럴 때가 있다.



대수롭지 않게 두었던 잔기침은 어느 사이 앓아누울 정도의 독감으로 변해버리거나

주변에서 ‘겨우 그 정도로 되겠어‘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나의 꾸준함이 성공하거나.


그 대수롭지 않고, 별거 아니던 것이 의외의 커다란 결과를 낳는다.

그 결과가 긍정이거나 부정일지라도 말이다.


그렇다고 매사 모든 일에 의미를 두거나 깊이 생각할 순 없다.


다만, 어느 정도 염두에 둘 만한 상황이라면 나중을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역시나 그 결과가 긍정이거나 부정일지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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