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릴 때, 안 흔들릴 때를 구별해서 흔들리고 싶다.
나는 ‘나’이다.
나는 늘 이곳에 있다.
이곳에서 조용히 또 가만히 있는다.
그러나 이런 나를 향해 매일 불어오는 바람은
언제나 나를 이리저리 흔들어 놓으며,
나의 이곳을 헤집어 놓는다.
그렇다고 해서 강한 바람이 불어오는 것은 아니다.
분명 잔잔한 바람인데, 참 소란스럽다.
얄궂게도 그런 바람이 자주 불어올 뿐...
이 정도면 이젠 나도 꽤 덤덤해질 수도 있을 텐데,
어쩜 그리도 불어오는 바람마다 쉽게 흔들려 버리는지..
사실 지금이면,
잔잔한 바람쯤은 거뜬하게 넘길 수 있는 나무가 될 줄 알았는데,
여전히 나는 사방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방향에 따라 흔들리는 갈대였다.
언젠가 나는 꼭 나무가 되고 싶다.
소란스러운 잔잔한 바람만 거뜬하게 넘길 수 있는 나무면 된다.
흔들릴 때, 안 흔들릴 때를 구별해서 흔들리고 싶기에
딱 그 정도면 된다.
정말 강한 태풍 앞에서는 모든 식물이 동등하니깐,
딱 그 정도면 된다.
근데, 사실 갈대가 나무보다 더 강하긴 하다. 거센 바람에도 끝까지 버티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