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가 필요하기 시작하면 다 필요해 지거든
나무가 빼곡한 숲 속을 나 혼자 한없이 걸어간다.
잔잔한 비에 습기 머금은 숲 속.
토독토독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
내 발밑에 흙과 나뭇가지 밟히는 소리.
비의 젖은 짙은 초록의 나무와 짙은 갈색의 흙,
그 사이를 채우는 안개, 바위에 낀 옅은 초록의 이끼.
한 걸음마다 집중하고 싶다.
내가 가진 것이라고는 입은 옷과 운동화, 작은 물병뿐,
내 걸음에 다른 것은 필요치 않다.
혹여 필요한 것이 있다면..
비에 젖은 풀과 흙내음이면 충분하다.
이른 아침인지, 초저녁인지 정확한 시간을 알 수 없고,
어딘지도 모르는 이 넓은 숲 속을 걷다 보면,
그 끝에 알게 되는 것이 있을까?
그렇게 된다면, 그때의 나는 홀가분해질 수 있을까.
가벼워지고 싶다.
나의 보잘것 하나 없는 모든 것들을 다 내려두고 싶다.
전부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