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는 안 보여도 늘 내 곁에 있다.
한동안 잘 버텼다.
어쩐 일인지 잘 넘겨왔다.
감정에 휘둘릴 시간에 내 삶에 더 집중해서
하나라도 도움이 될 만한 생산적인 일을 하자며,
나답지 않게 제법 단단하게 굴었다.
이게 오히려 이상했던 것일까?
이런 나를 테스트하고 싶었던 누군가의 계획일까?
오랜만에 내 머릿속을 헤집어 놓는 일이 찾아왔다.
헤집어지는 만큼 정렬이 잘 되어 있던 감정도
덩달아 흔들려 볼까 말까, 어디 한번 밑도 끝도 없이
내려가 볼까 하며 움직이고 싶어 한다.
다행스럽게도 난 지금 그걸 잘 다스리고 있는데..
지금의 이 분노가 한 번에 확 터지지는 않고,
여름날 아스팔트 위로 피어나는 느리지만 묵직한
아지랑이 마냥 올라온다.
그래서인지 더 답답하고, 짜증스럽다.
차라리 시원하게 확 올라와 터져 버리지..
괜스레 날카롭고, 짜증 섞인 말투와 표정이 슬쩍
나왔다가는 다시 들어간다.
이번 일은 누구의 탓일까.
외부의 탓인가, 나의 내면의 탓인가.
그래.
따지고 보면 이번엔 의도적인 외부의 탓은 없었어.
다만, 평생을 내게서 떨어지지 않는 그림자 같은 일이다 보니
이번엔 그걸 바라보는 내가, 나 혼자서 자극을 받은 거겠지.
그래.
그냥 내 탓으로 결론을 내자.
아직도 그런 사소한 것에 자극받는 내가,
내가 덜 큰 것으로 여기자.
근데, 이 지겹디, 지겨운 그림자를 내 인생에서
언제쯤 거둬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