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간방 박씨 Jun 07. 2020

부상투혼

내 몸은 소중하니까

지금까지 살면서 다리가 이렇게까지 불편해 봤던 적은 처음이었다.


지난주 화요일에 스트레칭을 하다가 무리가 왔나 보다.

48시간 뒤에 근육통을 맞이하는 나는 목요일이 되어서야 왼쪽 고관절 바로 아랫부분 근육들이 욱신거리기 시작했다. 운동을 해서 생기는 근육통과는 느낌이 달랐다.


그리고 금요일에 나는 왼쪽 다리를 절룩거리기 시작했다. 계속 걷다 보면 심하게 절지는 않는다. 그런데 문제는 사무실에서 앉아 있다가 프린터기로 가거나 화장실을 갈 때 일어나는 것 자체가 너무 힘들고 아팠다. 정형외과를 가보기도 애매해서 그냥 좀 더 참아보기로 했다. 그리고 그 날 퇴근 후 바로 필라테스 수업이 있었다. 웬만해서는 몸 불편한 거 얘기 안 하는데 그날은 수업 시작 전에 선생님께 말씀을 드렸다. 선생님은 대수롭지 않은 듯 그 부위를 폼롤러와 스트레칭으로 풀자고 하셨다.


그리고는 본인의 엄지손가락에 체중을 실어서 불편한 허벅지 근육을 꾹꾹 누르기 시작했다.


어디 끌려가서 고문을 당했다면 나라는 인간은 시간 끌지 않고 술술 다 불었겠다 싶었다


정말 너무너무 아팠다. 근데 막상 수업을 하면서 다리를 푸니까 또 괜찮아지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문제는 집에 갈 때 버스에 올라탈 때나 내릴 때 왼쪽 다리가 또 잘 안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리에 앉았다 일어나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다소 민망한 부위니까 사람들이 없을 때 손으로 마사지를 계속했다. 그래도 점점 더 심해지는 것 같았다.


자다가 뒤척일 때도 왼다리가 아파서 중간중간 깼다. 근육이 찢어졌나 걱정이 살짝 됐지만 그다음 날엔 일정대로 현충원도 다녀왔다. 일부러 다리가 안 보이는 긴치마를 입고 왼다리를 질질 끌면서 다녔다. 계속 움직이면 괜찮은데 현충원 안에서도 셔틀버스에 오르내리고 앉았다 일어나는 게 너무 아팠다. 왼쪽 다리는 고작 배꼽까지 겨우 올릴 수 있는 지경이었다.


다행히 일요일 오늘은 침대에 누워서 푹 자고 일어나니 다리가 가슴까지 올라온다. 통증도 많이 줄었다. 허벅지 깊숙한 곳에서 아직도 약간의 통증이 있긴 하지만 내일이면 무난하겠다 싶다. 열운하는 것도 좋지만 너무 의욕에 앞서서 무리하게 하는 게 내 몸에 절대 좋은 게 아니라는 걸 4일 동안 힘겹게 느꼈다.


우리네 삶엔 때때로 파격이 필요하다. 하지만 적당한 선은 반드시 지켜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내가 아는 신입 두 명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