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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간방 박씨 Jun 16. 2020

세상에 정상인 사람이 있을까?

나 자신을 지키는 방법

월요일마다 기분이 안 좋으신 한결같은 한 분이 우리 사무실에 계신다.


나는 11년째 겪고 있으니 그러려니 한다.

그런데 몇몇 직원들이 그 분위기를 굉장히 불편해하고 힘들어하고 있었다. 심지어 꽤나 이 사무실에서 오랜 기간 지낸 녀석까지 분위기 파악 못하고 그분께 말을 걸었다가 기분이 다운되어 있었다.


아직까지 너네는 그 사람한테 애정이라는 게 있구나 


사랑의 반대는 미움과 증오가 아니라 무관심이라는 걸 회사 생활을 하면서 깨달았다. 그분은 집에 가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분은 주말 동안 고단했을 거다. 그래서 그분은 항상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기분이 매우 좋지 않다. 지금보다 부서 직원수가 적었던 소사원이었던 시절에는 내가 그분의 욕받이였다. 그분의 제어 못하는 감정을 내가 다 받아서 나 역시 주위 친구들을 힘들게 했다.


굳이 좋은 점을 찾자면 그때 나는 웬만한 운동은 다 배워봤다. 요가를 배우면서 5분 정도 명상하는 시간에는 하루 동안 부대꼈던 그 감정이 내 머릿속에서 소용돌이를 쳤다. 내 몸에 오롯이 집중하는 게 세상에서 가장 힘들구나 라는 걸 느꼈던 내 인생에서 가장 긴 5분이었다. 한창 유행했던 복싱도 했었다. 얼마나 감정을 실어서 했었는지 왼쪽 손목이 덜컹거리면서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복싱을 중단하게 된 계기는 코치님이 나를 더 이상 못 가르치겠다고 두 손을 들어버렸다. 10번만 발차기를 한다고 했는데 11번이나 발차기를 해버려서 코치님 왼쪽 정강이를 나도 모르게 힘껏 차 버렸다. 코치님은 더 이상 수업 못하겠다고 환불을 해주시겠다고 하셨다. 하지만 나는 얼마 남지 않은 거 돈으로 주지 마시고 PT로 하자고 제안을 했다. 코치님과의 PT 수업은 원만했다고 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코치님은 몸무게가 55kg까지 빠지시고 그의 인생 최저 몸무게를 찍었다.


슬픈 얘기지만 나는 지금은 웬만한 것에 상처를 받지 않는다. 그 사람에 대한 기대를 내려놓으니 내 마음도 편해졌다. 매일 보는 사람이지만 내 남편도 아니고 가족도 아닌 남인데 그 사람의 감정이 내 점심시간과 개인 시간까지 침투를 해서는 안된다. 미치는 건 그 사람 본인 하나면 충분하다.


회사나 우리의 건전한 사회를 위해서......


어쩌면 우리 사회에는 정상인 사람은 아무도 없지 않을까? 대부분이 정상인 척 숨기고, 참고 살고 있는 게 아닐까? 누구나 감정의 기복은 가지고 있고 우울증을 가지고 있다. 다만 그것을 어떻게 표현을 하고 본인 스스로가 감정을 다스리느냐가 중요하다고 본다.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역에서 봉변을 당한 한 여성분의 사건은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었다. 나 역시 서울에 와서 2번을 맞아봤다. 전혀 모르는 50대 이상의 어르신인데 한 번은 이유 없이 지하철 안에서 주먹으로 가슴을 맞았다. 그 후로 한동안 샤워를 할 때마다 그 부분은 비누칠도 못할 정도로 아팠던 기억이 난다. 또 한 번은 시청 근처를 지나가는데 한 노숙인 같은 사람한테 팔을 세게 맞았다. 그때 나는 그 여성분처럼 화를 낼만큼 용기가 없었다. 나는 직장이 있고, 그 사람들보다 잃을 게 더 많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그냥 꾹 참고 피했다. 


내가 속한 곳뿐만이 아니라 다른 회사에서도 본인의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고 약자 (아랫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를 종종 듣는다. 가끔은 궁금하다. Y가 만나는 불특정 다수의 또라이가 더 나을까, 아니면 가족보다 더 오랜 시간 봐야 하는 회사에서의 특정한 또라이가 더 나은가?


급박하게 돌아가는 사회 속에서 날이 더워지고 전염병까지 창궐하다 보니 사람들 마음속에 시한폭탄 하나씩은 가지고 살지 않을까 싶다. 버스 안에서 사소한 걸로 시비가 붙어서 출근 시간에 인상을 찌푸리게 하는 사람, 본인 뜻대로 안 된다고 본인보다 나이 어린 사람에게 무차별적인 쌍욕을 날리는 사람, 그리고 도와주러 온 Y 같은 사람에게 주먹을 날리는 사람들까지... 생각해보면 이 사회에는 정상의 범주에 드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것 같아 어쩔 때는 무섭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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