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다 미래의 딸아
비가 추적추적 오는 어느 날, 나는 상일초등학교 교문을 차를 몰고 들어왔다. 상일초등학교에 차를 주차시킨 후 다른 학부모들과 어울리지 못한 채 나는 혼자 서 있었다. 옆에 학부모로 보이는 아저씨들 세 명이 나한테 뭐라 말을 걸었지만 나는 별다른 대꾸를 안 하고 오히려 그들로부터 더 멀리 자리를 옮겼다. 내 딸은 지금의 나처럼 머리를 하나로 묶고 보라색 잠바와 반바지를 입은 단정한 옷차림으로 교실로 들어갔다. 나는 내 딸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잠에서 깼다.
별다른 꿈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일하다가 갑자기 이 꿈이 다시 생각이 났다.
근데 현실에서는 딸보다는 내가 직접 몰고 온 차가 외제차가 아니라 일반 국산차였다는 것이 먼저 기억이 났다.
(서울에 왔을 때부터 외제차에 대한 로망이 있다)
상일초등학교는 버스 타고 지나가 보기만 했지 초등학교 안에 들어갈 일도 없고 실제 들어가 본 적도 없다. 이 무슨 이상한 꿈인가 싶어서 엄마랑 내 절친한테 카톡으로 꿈 얘기를 했다.
카톡 답은 내 절친한테 먼저 왔다. 친구는 카톡으로 초등학생 가방 사진을 보내며 내 미래의 딸에게 가방을 사주겠다고 한다. 그 메시지에 나는 미소를 지었다.
몇 분 뒤 엄마한테 카톡이 왔다.
나는 아들이 더 좋은데 ㅎ
응, 알아요. 엄마의 아들 사랑은 지독하죠 ㅎㅎ
첫째는 아들 낳고 둘째를 딸을 낳아라
엄마처럼 아들과 딸을 키우기 싫은데? 아마 딸이 나만큼 성격이 지독해질 거예요. 어떻게든 생존하려고 할 테니까요.
남의 집 대를 끊으면 안 되니까......
사실 생각해보면 나는 오빠 덕분에 사는 게 더 편했다. 엄마의 거의 모든 기대가 오빠한테 쏠려 있었기 때문에 나는 적당히만 해도 과한 칭찬을 받았다. 그리고 엄마가 오빠한테 기대한 만큼 오빠가 성취하지 못했을 때 엄마가 느꼈던 배신감도 어마어마했다.
뜬금없이 꿈에서 딸을 보니, 갑자기 없던 책임감이 더 생기고 무엇보다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추적추적 비가 오던 어느 날, 초등학교 3학년의 내 딸을 데리러 갔을 때 나는 주부였을까 아니면 그 날 하루 휴가를 낸 소 부장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