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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간방 박씨 Jul 01. 2020

회사에 이제 적응하는 중이다

이제 철들었나?

2020년도 이제 6개월 남았다.


올해 포상휴가 7일이 더해져서 휴가가 다른 해보다 넘쳐나는데 정작 해외여행 길이 꽉 막혀 있다. 해외로 나가는 대신 그동안 생각 못했던 국내의 재미있는 장소가 있는지 찾아보는 중이다. 휴가가 19일이나 더 남았는데 2020년이 끝나기 전에 어떻게 다 쓸지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자니 자꾸 웃음이 나온다.


주 4일 근무가 현실화되는 순간이다


다소 급변하는 세상과 조직 속에서 나는 나름대로 유연하게 적응해 나가면서 돈을 모으고 있는 중이다. 올해 딱히 할 일이 없어서 두리뭉실하게만 알고 있던 내 자금 상황에 대해서 매달 정리를 해 나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지금까지 모아둔 돈의 앞자리 수를 바꾸기 위해서는 앞으로 10개월 간은 내 월급의 90%를 그대로 저금해야 한다는 무시무시한 사실도 깨닫게 됐다.


이로서 마음속으로 울부짖던 퇴사의 결심은 10개월 더 미루기로 했다


내가 하는 일에는 잡무도 많다. 사실 누구나 본인의 주된 일 외에 잡무를 한다. 사장 빼고는 거의 모든 회사원들은 각자 나름대로의 잡무를 하고 있다. 다만 본인 스스로가 잡무를 견디지 못하거나 자존심 상해하는 순간 조직을 떠나게 된다. 조직에 남아 있는 많은 사람들이 입 밖으로 얘기를 안 할 뿐이지 거의 대부분이 인내하며 하기 싫은 일도 열심히 하고 있다.


나의 경우 외근이 많은 편이다. 소사원일 땐 이 일도 서툴러서 몇 번이나 사무실을 왔다 갔다 했었다. 그런데 직접 방문해서 일을 처리하다 보면 오히려 배우는 것이 많다. 그리고 이제는 일이 손에 익다 보니 외근 중 남는 시간에 평일의 서울 거리를 휴가 내지 않고도 둘러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또한, 일을 일찍 마치고 다른 직장인들보다 30분 일찍 점심을 먹을 수도 있다. 줄을 서지 않고도 맛집에서 천천히 밥을 먹을 수 있고, 다소 늦게 문을 여는 대사관 방문의 경우 일찍 도착했을 때 근처 카페에서 맛있는 커피를 즐기기도 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숨 쉬는 것 빼고는 사는 것 자체가 돈이 들어가는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요즘은 숨쉬기 위해서도 마스크 값 1,500원을 지불해야 한다. 회사에 다니니 한참 마스크 구하기 힘들 때 마스크 수십 장을 배급해주고 지난달에는 KF94 마스크를 직원 찬스로 싸게 구입할 수 있었다. (선착순이었다. 정말 직원들 간에 피 터지는 경쟁률이었는데 나는 운 좋게 90장을 또 집에 쟁겨두게 됐다) 회사에서 먹는 점심이나 커피와 같은 간식비가 전부 지급이 되니 체크카드 내역을 보면 거의 주말이나 휴가 때 친구 만나서 사용한 내역뿐이다.


그리고 집에 오래 있어봤자 그리 편한 게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나이가 드니 왜 집에 일찍 들어가기 싫어하는 동료나 상사가 있는지 아주 조금은 이해가 된다.


회사를 그만두고 싶은 적이 너무 많아서 오히려 다니고 싶었던 적을 손가락으로 세어야 하는 소과장이다. 하지만 요즘 드는 생각은 회사나 내 상사 역시 나를 100% 좋아할 수 없다는 거다.


한때는 한 회사에 장기근속을 하는 것이 다른 사람들 눈에 무능하게 보일까 봐 두려웠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조직 내에서 융통성 있게 내 일과 내 생활의 균형을 맞춰가면서 돈을 모으는 이 생활이 절대 나쁘지 않다. 역병으로 해외로의 여행길이 막혔어도 그동안 다소 소홀했던 서울의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역사탐방을 제대로 하고 있다. 언젠가는 갈 것 같은 가까운 곳도 내가 마음먹지 않으면 평생에 갈 수 없는 곳들이 너무도 많았다. 위기를 기회로까지 내 인생을 크게 바꾸지는 못하고 있지만 나 나름대로 그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소소한 재미를 찾고 있는 중이다.


항상 갈등이 많은 곳이지만 오늘따라 더 소란스럽고 긴장감이 가득한 곳이었다. 내 마음속 평화 하나 찾기가 쉽지 않은데 다수가 모여서 조화롭게 해결이 가능한 일이 이 세상에 존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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