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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간방 박씨 Feb 22. 2021

이제 몸이 퇴화할 일만 남아서

운동 재등록 시점엔 펀드 수익금으로 수강료를 낼 계획

필라테스 학원이 다시 문을 열었다.

사실 필라테스 학원이라고 얘기를 해야 하는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필라테스를 하기 위해서 이 센터에 왔지만 예약을 잡기가 쉽지 않다. 퇴근 후 내가 운동하는 시간이 필라테스 예약이 가장 몰리는 시간이라서 헬스와 필라테스를 병행하면서 운동하고 있다.


몇 달 전 본인의 일에 번아웃이 온 것 같아 보이던 트레이너는 결국 일을 그만뒀다.

선생님은 내가 다니는 직장과 하고 있는 업무가 최고라는 얘기를 여러 번 했었다. 우리나라에서 신의 직장은 'Korea 은행' 하나뿐인 줄 알았는데, 그분은 내가 다니는 직장이 그 은행보다 나은 것 같다고 하셨다. 그래서 트레이너 일을 그만두고 나처럼 회사원의 삶으로 도전할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분은 나에게 작별 인사도 없이 떠났다.


며칠 뒤 기존의 트레이너보다 좀 더 어리고, 자세의 허점을 단 하나라도 놓치지 않게 꼼꼼히 봐주는 또 다른 트레이너가 왔다. 그 분과 수업을 할 때면 50분의 수업 동안 하체든 상체든 타깃을 정해서 근육을 걸레처럼 너덜너덜하게 만든 후 수업이 끝난다. 하체 운동은 데드리프트와 스쿼트로 허벅지와 힙 근육을 20회씩 3세트로 깨운 후 레그 컬을 15회씩 3세트 들어간다. 무게 강도가 상당히 있기 때문에 한 세트 끝나고 1~2분씩 충분히 쉬어주고 난 후 다음 세트로 넘어간다. 하체 운동의 마지막은 워킹 런지 3세트다.


상체의 경우 벤치프레스와 푸시업 그리고 케이블 풀 다운을 15회씩 3 세트 하고 마지막으로 턱걸이 10회씩 3세트를 들어간다. 나는 거의 모든 운동에 도전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턱걸이는 아직도 가장 기피하는 운동 중에 하나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원빈 같은 남자들이 맨몸으로 턱걸이를 하는 모습이 자주 나오다 보니 나도 노력하면 할 수 있는 운동인 줄 알았다. 기구에 걸쳐진 밴드를 밟고 턱걸이 봉을 노려보며 몇 개라도 제대로 해보자는 마음가짐을 항상 잡아본다. 하지만 마음과 다르게 제대로 된 동작은 전혀 나오지 않는다. 턱걸이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트레이너가 내 몸통을 잡고 최대한 올려주는데 10회가 넘어가는 순간부터 나와 트레이너의 신음소리가 센터 안에 울려 퍼진다.


트레이너 : 회원님! 내려올 때 팔로 최대한 버티면서 천천히 내려와 보세요!

Sorita : 아... 죄송해요. 제가 좀 무겁죠?

트레이너 : 하하 아뇨 (헉헉대는 웃음소리와 함께) 남자들도 이렇게 들어 올리는데요 뭘


턱걸이 마지막 세트를 할 때 내 어깨와 팔뚝은 이미 피로감에 쩔어 있어서 트레이너가 나를 100% 들어 올리는 힘으로만 봉에 왔다 갔다 하게 된다. 최대한 내 힘으로 올라가서 버텨보려고 하지만 내 허리를 잡고 들어 올리며 안간힘을 쓰는 듯한 트레이너의 괴성만이 센터 안에 울려 퍼진다. '이것도 참 극한 직업이구나'라는 생각에 웃음이 빵 터질 뻔한 것을 매번 참아본다.


근력 운동 후 트레이너가 마사지를 해 줄때도 있고 혼자 몸을 스트레칭한 후 수업을 마친다. 골반 정렬이 틀어지지 않은 채로 허벅지 앞부분을 스트레칭하기가 쉽지 않다


부모님께 용돈을 받아 쓰고 다니던 학생 시절에는 나도 개인 PT만 받으면 완벽한 몸을 갖게 되는 줄 알았다. 그래서 처음으로 큰 액수의 월급을 받았을 때 나에 대한 투자로 PT를 끊었다. 그리고 트레이너를 바꿔가며 종목을 가리지 않고 꾸준히 운동을 배워왔다. 하지만 개인 PT만 한다고 내 몸이 바뀌는 것은 아니었다. 학교 다닐 때와 사무직 생활로 굳고 틀어진 몸 정렬까지 개선하고 맞추기 위해서는 운동은 보조적인 역할을 할 뿐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평상시의 생활 습관과 올바른 걸음걸이다. 체중을 줄이는 것은 매일 저녁 식사만 하지 않아도 1주일 안에 숫자가 변화하는 것을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52회 수업을 등록하느라고 한 달 월급을 쏟아부은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17회만 남았다. 17회가 끝나고 나서도 지금 센터에서 운동은 주 2회씩 꾸준히 배울 계획이다. 재등록 시점이 되는 6월 초에는 5월 달 월급으로 수강료를 납부하는 대신 내가 매일 관리하는 펀드 수익금으로 등록을 해 보려고 한다. 이게 올해 2분기까지 달성해야 할 나의 목표 중에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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