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돌아왔어요!
아에로멕시코의 본사는 멕시코에 있으니, 멕시코에서 따지라는 '보고타'아에로멕시코 직원들에게 욕을 한 바가지 퍼붓고 나서 나는 멕시코 시티 제2 터미널에 있는 아에로멕시코 사무실에서 호텔과 식사권 바우처를 받았다.
하지만, 아에로멕시코의 오버부킹에 대처하는 시스템은 형편없다는 것을 아래와 같이 염두에 두자
1. 호텔 숙박과 식사권은 아에로멕시코 시스템상 1일이 최대이다.
멕시코시티-한국으로 가는 비행기는 주 2항 차였기 때문에 (코로나 이전에는 매일 있었다) 나는 멕시코시티에 5일을 더 머물러야 했다. 즉, 아에로멕시코에서 제공하는 호텔과 식사권을 얻기 위해서 매일 아침마다 호텔에서 제2 터미널에 있는 사무실까지 왔다 갔다 해야 했다. 최소 2시간을 길에서 소비했다
2. '보고타'아에로멕시코 직원은 멕시코에 가면 전부 해결이 될 거라고 했지만 그것은 전부 거짓말이다. 그들은 일단 나를 멕시코로 보내버리고 책임을 넘길 궁리만 하고 있던 자들이다. 무조건 보고타에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해결을 하고, 손해보상이라도 받아야 한다.
(나는 15,000원가량의 저녁식사 제공과 다음번 아에로멕시코 탑승 시 USD 250 할인받을 수 있는 티켓을 받았다. 나와 함께 오버부킹으로 탑승하지 못한 멕시코 할아버지는 순순히 물러났기 때문에 나와 함께 다음 날 새벽 1시 47분 비행기를 탑승할 때까지 아무런 보상과 사과를 받지 못했다.)
3. 가능하다면 처음 만난 직원의 신상을 확인해서 이 사람과 해결을 볼 수 있도록 연락처를 받아두는 게 좋다.
멕시코에서 머물 호텔 바우처와 식사권을 얻기 위해서는 아에로멕시코 사무실에 가서 직원들에게 '너네가 오버부킹 한 이유로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를 놓쳤기 때문에 호텔과 식사 바우처를 받으러 왔다'는 것을 매일 설명해야 했다. 나는 내 일을 처음 상담해준 아저씨 사진을 찍어서 4일 동안 사무실에 방문하는 내내 그 아저씨를 만날 수 있도록 요청했다. 하지만 항공사는 교대근무라서 아저씨를 매일 같은 장소에서 만나기 쉽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4일 내내 새로운 직원들을 붙잡고 내 상황을 매번 설명하고 호텔과 식사 바우처를 받아야만 했다. 5일째 마지막 날 아저씨를 만나서 비행기 티켓을 받을 수 있었다. 오버부킹 때문에 연결 편 항공기를 놓치고 멕시코에서 5일간 체류한 그날들이 출장을 온 후로 가장 말을 많이 한 고된 시간이었다.
4. 아에로멕시코 전산에 내 정보가 등록이 되어 있어서 호텔과 식사권을 자동으로 출력할 수 있다고 직원이 설명해줬지만, 그것은 또 다른 헛소리였다.
아에로멕시코 직원의 실수로 나는 하루에 두 번의 식사권을 받은 적도 있었다. 더 설명하기 귀찮아서 하루에 6번이나 식사할 수 있는 바우처를 그냥 받아서 나왔다
5. 오버부킹으로 인해서 그 누구도 적극적으로 해결해 주지 않는다.
한국에 돌아가는 순간까지 '내가 너네들 때문에 얼마나 많은 피해와 비용이 들어가고 있는지' 따져야 한다. 처음엔 비즈니스석 업그레이드까지 해 줄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이것 역시 거짓말이다. 나 같은 경우는 한국으로 돌아가자마자 회사에 가야 하기 때문에 1등석으로 내놓으라고 했다. 처음 사무실에서 만났던 아저씨가 비즈니스 좌석을 꼭 고려해보겠다고 했다. 하지만 멕시코를 떠나기 하루 전 그 아저씨로부터 내가 받은 좌석은 프리미엄 이코노미였다
어차피 앞으로의 일을 고민하고 슬퍼해봤자 한국으로 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초행길도 아니니 멕시코 시티가 두려울 것도 없었다. 나는 멕시코 시티의 악명 높은 지하철을 이용해서 관광을 다녔다. (다소 순서가 뒤죽박죽이긴 하지만, 아래 여행 일정은 멕시코시티를 떠나기 마지막 날에 있었던 일이다)
차풀테펙 성은 스페인 총독이 1785년에 바로크 풍의 성을 지으려고 했으나, 이 일을 맡았던 기술자가 사망하고 그 후 1806년 멕시코 시티에 이 건물이 팔리게 되었다. 멕시코 독립전쟁(1810~1821)이 일어나는 동안 이 성은 방치되어 있었지만, 1833년에 사관학교로 문을 열게 되었다. 1846~1848년에 걸친 멕시코와 미국 전쟁 동안 여섯 명의 생도들이 미국 해병대에 맞서서 이 성을 방어하고 전사했는데, 이 생도들의 행동을 기념하는 대리석 기념비가 바로 위 왼쪽 사진이다.
3월 18일에 멕시코 시티에서 한국행 비행기를 타지 못한 나는 5일 뒤 3월 23일 밤 11시 10분에 출발하는 비행기 표를 아에로멕시코로부터 받을 수 있었다.
이 때도 아에로멕시코 직원은 22일까지의 호텔 바우처를 주려고 했지만, 23일 밤 11시 비행기이기 때문에 24일까지 묵을 수 있는 호텔 바우처를 받아서 (23일까지 지낼 수 있는 late check out도 하지 마라. 이것도 규정상 애매모호해서 따지기 까다롭다) 비행기 타기 전 호텔에서 씻고, 침대에서 푹 쉬다가 공항으로 올 수 있는 방법을 택했다.
어렸을 때 삥을 뜯어본 경험이 있었다면 아에로멕시코 아저씨한테 강력 항의해서 비즈니스 좌석 받아서 편하게 누워 올 수 있었을 텐데, 비행기를 타고 나서야 더 강하게 항의하지 못했던 것을 후회했다. 그래도 내 옆에 2 좌석이 비어 있어서 15시간의 비행 동안 누워서 올 수 있었다.
아직도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는 좌석이 많이 남는다.
아무래도 한국은 아직까지 코로나로 인한 입국 심사가 까다롭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인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미세먼지로 뿌연 하늘도 반가웠고, 공항 입국 심사가 한국답게 초스피드인 것도 정말 자랑스러웠다. 멕시코랑 보고타에서는 기본 2시간 줄을 서 있었다. 정말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 안 하고 몇 백 명 넘게 같이 몰려 있기 때문에 입국 심사하다가 코로나 걸리는 줄 알았다.
인천공항에 도착해서 짐을 찾을 때 아에로멕시코 직원 두 사람이 서 있었다.
이렇게 '대한민국'아에로멕시코 직원들은 고객이 짐을 찾는 동안 문제가 생기는 것은 없는지 미리 나와서 지켜보고 있었다. 덕분에 나는 보고타에서 파손된 수화물을 바로 신고 접수할 수 있었고, 다음 날 바로 내가 골랐던 캐리어를 집으로 배송받을 수 있었다.
지금까지 아에로멕시코는 'trash' 항공사라고 욕을 써 놨었지만, '한국'의 아에로멕시코 직원들의 수하물 파손 처리 방식이나 업무는 수준급이었다.
[한국 아에로멕시코 지점장] 고객님,
아까 말씀 나눴던 아에로멕시코 최** 지점장입니다
저희 직원 듀티 폰은 사진을 잘 확인할 수가 없어서요. 죄송하지만 이쪽으로 보고타 탑승권 한번 더 보내주실 수 있을까요?
번거롭게 해 드려 죄송합니다 ^^
[Sorita] 사진
[한국 아에로멕시코 지점장] 19일에 보고타에서 멕시코로 오셨고 23일까지 멕시코시티에서 호텔 체 류하시다가 오셨군요?
[Sorita] 맞습니다.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가 23일이 가장 빠른 거라 국제미아 신세였지요ㅜㅜ PCR검 사비도 멕시코에 있는 아에로멕시코에 청구하려 했으나 규정에 없다며 거절하더라고요
[한국 아에로멕시코 지점장] 네 ㅠㅠ 정말 많은 불편 겪으셨네요... 저희는 수하물 잘 배송드릴 수 있도록 조치하겠습니다
'보고타'아에로멕시코에서 오버부킹 하면서 보고타 직원들과 엄청난 마찰이 있었고, 회사에 5일간 결근을 하면서 멕시코 시티에서 호텔과 식사 바우처를 얻으며 혼자 체류하는 것은 절대 쉽지 않았다. 시스템만 운운하며 매일매일 호텔과 식사 바우처를 받으러 고객이 직접 공항까지 왔다 갔다 해야 하는 수고를 그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했으며, 아에로멕시코 본사에 영어로 정식 클레임을 걸었을 때 돌아온 답변은 수준 이하였다.
나는 아직도 이해할 수 없다.
아에로멕시코는 조금이라도 더 돈을 벌기 위해 오버부킹을 했으나, 나 같은 고객을 위해 그들이 호텔비를 지불한 금액은 1일 20만 원이다. 즉, 내가 5일을 호텔에서 숙박했기 때문에 아에로멕시코에서는 나에게 들어간 비용이 100만 원이 조금 넘는 금액이다. 사소한 것을 아끼려다가 더 큰 비용이 지출이 된 점을 깨우쳐 주기 위해 아에로멕시코 본사에 글을 올렸을 때 돌아온 답변을 토대로 느낀 점은, 앞으로도 이들은 변하지 않을 거라는 거였다.
답변에 대한 만족도를 체크하라는 팝업창에 'NOT SATISFIED'를 연달아서 누른 후 나는 아에로멕시코 창을 닫아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