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까지 나는 항상 빨리 무언가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서 살았다.
남들보다 빨리 취업을 해서 30살이 넘어가기 전 12월 31일 23시 59분 전까지 1억을 모으고, 빨리 내 분야의 메인 자리에 앉아서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강했다.
내 주위의 사람들보다 항상 나의 시작점과 도착점은 늦다는 생각도 해 왔었다.
하지만 막상 지금까지 꿈꿔왔던 비스무리한 자리에 올라와 보니 내가 기대했던 것이 없는 것도 있었다.
누구에게나 찾아온다는 '시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혼자 조용히 다른 무언가를 준비해 왔던 나를 주위 사람들은 마치 내가 지금까지 실패하지 않은 것처럼, 상처도 받지 않고 운이 좋았던 거라고 여기기도 한다.
그러든가 말든가,
지금의 나는 여전히 달리고 있다.
작년보다 두 어깨에 부담감은 더 실리지만 마치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또 무언가를 향해 빠르게 달리고 있다.
이제 메데진에서의 마지막 오후가 지나고 있다.
구시가지의 분위기는 내가 묵고 있는 호텔 주변과 많이 다르다
고도가 높아서 구름이 가까이 보이지만 다행히 고산병 증세는 없었다
저 멀리 평평한 산이 신기하게 생겼다. 나는 거래처 직원과 함께 늦은 점심을 먹으러 왔다
식당 안에 성모상도 있다. 역시 가톨릭 국가 답구나
남미 특유의 장식이 멋지다. 에피타이저는 구워먹는 치즈에 빵이 나왔다
음료는 딸기 주스를 시켰는데 역시나 설탕 하나 들어가지 않고 맛있었다
뜨끈한 돌솥에 돼지고기와 바나나 튀김 그리고 아래에 아보카도가 쌓여있었다. 중남미는 고기를 정말 많이 먹는다
이번에도 디저트는 초코와 아이스크림 그리고 빵의 조합이었다. 맛이 없을 수가 없는 궁합이다
근처에 로컬 시장도 있었다.
현지인들은 별로 없고 관광객인 나만 물건을 사고 있었다. 나는 나무로 조각된 주사위 2개를 샀다. 내꺼랑 조카것임
박물관에서 보테로 그림이 그려진 핸드폰 받침대를 샀다. 이런 것도 보테로 미술관 아니면 밖에서는 못 사니 눈에 밟히면 무조건 사야 한다
호텔로 돌아와서 노트북으로 일을 좀 한 후에 일찍 잠이 들었다.
그리고 다음 날 새벽에 목이 말라서 잠이 깼다. 참고로 중남미는 물을 잘 안 준다. 대신 로비에 음료와 과일을 비치해 두니 무조건 로비로 내려와서 갈증을 해소해야 한다. 당연히 무료다.
100% 오렌지 주스인데 정말 맛있다. 바구니에 과일도 있었는데 살구도 시큼하니 맛있었다. 개인적으로 신것을 정말 좋아한다
이건 그라나디야라는 과일인데 중남미에서나 먹을 수 있는 것이니 무조건 많이 먹자
엄마가 이름을 물어보셔서 호텔 직원한테 이름을 써 달라고 했다. 내용물은 흉물스럽게 생겼지만 이래봐도 정말 맛있고 영영가가 많은 과일이다
아침을 먹고 호텔 주변을 산책했다.
이제 몇 시간 후면 상무는 한국으로 돌아가고 나 혼자 메데진에 있다가 페루로 넘어가야 한다. 호텔 주변을 걷다 보니 커다란 마트가 또 보였다.
파인애플 크기가 어마어마하다. 과일 좋아하는 나에게 이곳이 천국이었다
마트에서 원두를 좀 더 산 후 바로 호텔로 돌아가기 아쉬워서 주변을 좀 더 걷기로 했다.
여기서 야자수는 흔하디 흔한 존재다
꼭 정글을 밀어서 도로를 만든 것 같다
근처 몰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었는데 이게 2천원이다. 참고로 크레페 앤 와플스는 콜롬비아에서 유명한 브랜드이니 무조건 들어가서 먹어야 한다. 오마 커피도 오랜만이다
몇 시간 돌아다녔더니 피곤해서 창문을 열고 낮잠을 잤다.
빠듯하게 돌아다니면서 하나라도 더 보는 것도 물론 의미가 있다. 하지만, 가끔은 이렇게 여유를 부리면서 정돈된 침대에서 쉬는 것도 정말 좋더라.
자다가 페루 거래처에서 연락이 와서 꺴다. 드디어 내일이면 페루로 이동한다. 9년 만에 가는 페루다
오늘 저녁은 콜롬비아 거래처와 마지막 식사를 했다.
상무는 몇 시간 뒤 다음 날 새벽 비행기로 콜롬비아를 떠난다. 드디어 나와의 불편한 동행은 이것으로 끝이다.
중남미는 바나나 말린 것이 많다. 아보카도와 올리브오일이 존맛이라 에피타이저로 배를 실컷 불렸다. 참고로 샐러드가 무한리필이었다. 옛날 피자헛 생각나더라
이번에도 또 딸기 주스다. 신선하니 맛있었지만 밍밍한 맛은 어쩔 수 없다. 우리 몸에 1도 도움이 안 되는 첨가제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콜롬비아 에피타이자인 치차론과 돼지고기와 옥수수 빵이 또 나왔다. 위가 벌써 2/3가 찼다
다소 쌀쌀한 날씨였지만 하늘이 매우 예뻤다. 우리나라도 이렇게 미세먼지가 없었으면 좋겠다
구운 치즈 요리와 스테이크를 먹었다. 고기는 정말 싸고 맛있다
이렇게 나는 상무와 헤어지고 나서 혼자 호텔로 돌아왔다.
다음 날 아침도 역시 오전 6시에 식사를 시작한다.
한국 가면 절대 못 먹는 과일이니 질릴 때까지 먹어보기로 한다
그리고 2시간 뒤 나는 체크아웃을 하고 공항으로 왔다.
라탐 항공을 타고 페루로 이동한다. 혼자 이동하는 거지만 이미 익숙해져서 전혀 두렵지 않았다
무사히 티켓을 받고 면세 구역으로 넘어왔다.
너무 여유 있게 왔더니 시간이 3시간 이상 남아있었다. 메데진 공항은 크기가 너무 작아서 볼거리가 없다.
작년에 보고타에서 샀던 바구니다. 메데진은 보고타보다 물가는 쌌다
저 모칠라도 집에 2개가 있어서 더 사지는 않았다. 혹시라도 항공편을 놓칠까봐 수시로 화면을 체크했다. 리마로 가는 비행기는 변동 사항이 없었다. 바깥으로 내 비행기가 보였다 공항에서 유일한 동양인은 나 하나뿐이었다. 9년 만에 돌아가는 페루는 어떤 느낌일까? 설렘과 긴장 속에서 드디어 리마행 비행기에 탑승했다
콜롬비아야 안녕~
(이제 또 올 일이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