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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간방 박씨 Jan 22. 2020

어느 작가의 팬이라는 건

살아가는 이야기

11년 차로 다니고 있는 회사의 출퇴근 시간은 왕복 3시간이다. 생각해 보니 신입 때는 긴장감과 퇴근 후에도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로 지하철 안에서도 얼차려 자세였다. 대리 때에는 하이에나처럼 지하철 빈자리를 노리며 어슬렁거렸고, 자리에 앉자마자 헤드벵잉을 하며 정신없이 잤다. 그리고 과장 때는 출퇴근 때에도 잠이 안 오더라. 오히려 업무 시간 동안 쌓였던 감정을 배설하기 위해서 인스타그램에 내 기분을 끄적거리기 시작했다.


2019년 여름에 우연히 "브런치"를 보게 됐고, 나는 나와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써 놓은 글들을 읽으며 위로와 위안을 받기도 했다. 불행 중 다행인지 "브런치"에는 동종업계 사람들을 찾을 수는 없었다. 그리고, 출퇴근 시간까지 나는 내 업계에 대해서 더 알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브런치"에서 발견한 글을 읽고 그 작가의 팬이 되다

브런치에서 유난히 글을 잘 쓰던 한 분을 알게 됐고, 나는 그분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됐다. 그 사람의 일상을 글로 읽지만, 신기하게도 나는 마치 한 편의 단편영화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덤덤히 풀어서 쓰고 마무리 짓는 그 글재주가 대단했다. 일반인들이라면 평생에 한번 겪을까 말까 한 일들을 그분은 직업상 자주 경험하고 부딪혔다. 그러나, 글에는 어두운 면보다는 생동감이 있었다.

평소 컴퓨터나 핸드폰에 새로운 프로그램이나 앱을 까는 것을 싫어하는 나로서는 덕후처럼 그 사람의 브런치에 수시로 들어가서 업데이트된 글이 있나 확인해 보곤 했다.


그때 이미 나는 알았다니까
이 사람 작가가 되겠구나!
그리고 나는 빌어줬어요
고단한 그 사람의 인생이 글이 되고, 글로 인해 그의 인생이 더 풍부해질 수 있기를


작가님 팬이에요!라고 당당히 얘기해 줬다

작년 12월 중순에 만난 그 작가는 나에게는 "동백꽃 필 무렵"의 임상춘 작가만큼이나 꼭 만나고 싶었던 사람이었다. "팬"이라는 것은 십 대 때에나 사용하던 일종의 금기어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어느 작가의 팬이라는 건, 그 사람의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있는 그대로 좋아한다는 의미가 있다는 점에서 세상에 몇 안 되는 순수한 감정의 하나라고 본다. 이제까지 나에게서 거쳐간 사람들로부터 이런 감정을 느껴보지 못했던 점들이 살짝 억울하게까지 느껴졌던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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