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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간방 박씨 May 14. 2020

2020년 중간 점검을 해야 할 때

이대로 사는 건 맞지 않다

2020년 초반부터 계획대로 되지 않았던 회사 생활과 생활 패턴의 변화로 인해서 나는 혼란이 많았다. 면담하자고 사장님을 찾아서 남자화장실까지 들어온 나에게 사장님은 너는 웬만한 변동에도 긍정적으로 알아서 살아갈 거라고 얘기를 하셨다.


나도 20억짜리 집에 제네시스 G 90타고 운전기사까지 있으면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질 수 있어요!라고 말대꾸를 할 뻔했다


회사 잘 다니라고 필라테스 3번 정도 수업받을 돈을 매달 개인계좌로 더 지급은 해 주신다. 하지만 내 상황은 변한 게 없다. 나답게 사장님 말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하지만 사장님 말씀처럼 나는 변화된 내 환경으로부터 끊임없이 적응을 해 나가고 있었다. 변화된 환경 속에서 코로나라는 악재도 터졌다. 코로나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했다. 하지만 나의 경우 오빠네 가족과 굉장히 가까워질 수 있었다. 고모는 없는 존재고 이모 두 명만 알고 지내던 6세 조카도 고모의 존재를 확실히 알고, 이모보다 고모가 더 재밌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됐다.


남들보다 쓸데없는 호기심 많은 내가 변화된 환경을 탐색하고 그곳에서 또 다른 재미를 느끼기도 한다. 환경은 변했지만 이 환경 역시 내 인생에 있어서 아주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다양한 환경 속에 있다 보니 그 전 환경의 장단점이 눈에 보이고, 지금의 또 다른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가는 것도 내 인생에 있어서 크게 나쁘진 않다.


얼마 전에는 전혀 예상치도 못하게 경기도로 출장도 갔다. 사실 경기도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퇴근해서 서울로 오고 싶었다. 일을 마치고 서울로 올 때 퇴근 시간과 겹치지 않기 위해서 마음이 무지하게 급했다. 내가 알아본 최단 시간의 버스는 16분이나 뒤에 왔다. 그때 내가 알아보지 않은 넘버의 한 버스가 다가왔다. 한 할아버지께서 내가 서울 사람처럼 보였는지 이 버스가 서울로 간다고 얼른 타라는 말에 나는 카드를 찍고 버스에 올라탔다. 버스 광고판에는 경기도 지역 주민을 위한 내용이 한가득이었다. 한참 버스를 타니 서울이라는 이정표가 보였다. 보통 버스를 타면 잠을 자는데 중간에 보이는 아무 지하철 역에서 내려야 하니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서울에 이런 곳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한적하고 큰 플라타너스 나무들 사이로 버스는 한참을 달렸다. 이때 마침 눈 앞에 낯익은 지하철 역이 보였다. 몇 호선 일지 검색을 해 보니 그 역 이름에 자동 검색으로 **역 칼부림 사건이 검색어에 떴다. 그 단어 하나로 나는 그 지하철역에서 내리지 못하고 다른 지하철 역을 찾아서 버스를 타고 20분을 더 갔다.


서울에서는 버스보다 무조건 지하철을 타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나는 바보같이 버스를 타고 알 수도 없는 수많은 버스정거장을 지나쳤다. 드디어 낯이 익은 지하철역이 보여서 내려야 했다. 하지만 이미 퇴근 시간에 걸려서 지하철역에서 15분이나 떨어진 어느 길 한복판에서 기사 아저씨께서 내리라고 하셨다. 30분 내에 지하철 역에서 카드를 찍어야 환승이 되니까 서둘러서 갔다. KF94 기능이 매우 좋은 마스크를 쓰고 뛰다시피 걸으니 머리가 띵할 정도로 숨이 안 쉬어졌다. 교통비로 대중교통비의 5배의 비용이 따로 지급이 되는데도 나는 환승 서비스를 절대 놓칠 수가 없었다. 사람들 사이를 헤치면서 걸으며 알아보지도 않은 버스를 무작정 탔던 내가 원망스러웠고, 내렸어야 할 지하철 역에서 과거의 칼부림 사건에 그 역을 그냥 지나쳤던 게 너무 바보 같았다. 결국 사회적 거리두기는 무색한 7호선 출입문 바로 앞에 갇혀서 몇 정거장을 더 인내한 후 집으로 가는 버스를 한번 더 타고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2020년도 이제 절반이 지나간다.

2020년 5개월 간 살았던 내 인생을 이번 주말에는 노트에 적어가며 되돌아보려고 한다. 회사에서는 꼬박꼬박 잘 쓰는 주간 계획표를 집에서도 잘 써보려고 카카오프렌즈 계획표도 사 가지고 왔다.


나는 남들과 똑같이 주어진 시간을 좀 더 알차게 써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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