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내에서 살아남기(9)
밤비행에는 의미없는 말들이 허공을 떠돌아다닌다. 감겨지는 눈에 힘을 주며 잠을 깨기 위해크루들끼리 의식의 흐름대로 떠들어댄다. 아무말대잔치를 듣다가 지치면 나는 말못하는 컨테이너를 마주보고 앉아 그냥 멍하니 있는다.
우리가 공중에서 나눈 말들은 다 어디로 갈까. 먼지가 되어 사라지기도 하고, 공기 중에 섞여 비행기 밖으로 나가기도 하고, 밀 카트안으로 갇혀버리기도 하겠지. 기왕이면 구름을 이루는 작은 입자가 되길 바라면서도 또, 흔적도 없이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밤을 건너 가는 동안 나눴던 무수히 많은 이야기들은 해가 뜨면서 소멸해 버리고 만다. 조종석 한켠에 앉아있자 암흑위로 붉은 빛이 올라오는게 보이고 반대쪽에는 아직 잠든 도시들이 보였다. 항상 생각하는거지만 하늘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너무 조그맣다. 도시도, 건물도, 일렁이는 불빛들도 너무 작다. 건물들도 이렇게나 조그맣게 보이는데 사람은 보이지도 않는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보이지도 않는 작은 존재들은 매일 그렇게 자기의 존재보다도 큰 삶의 무게를 등에 지고 살아간다.
하지만 하늘에서는 어깨를 짓누르는 그 무게도 보이지 않는다. 그냥 우리는 너무나도 작은 존재들일 뿐이다.
내가 내뱉는 말들이 보이지 않듯이 하늘에서 내려다 보는 사람들은 너무 작아 보이지 않는다. 나와 내가 내뱉는 말들은 보이지 않는다. 보이지도 않고 형용할 수도 없이 작은 것들이 나를 정복하게 놔두지 않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