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내에서 살아남기 (7)
상애(相愛). 서로 사랑함.
상애(相哀). 서로 슬퍼함.
승무원이 되기 전엔, 비행기에는 모두가 행복한 사람들만 타는 줄 알았다. 가고 싶은 곳으로 향하고,맛있는 기내식을 먹고, 좋아하는 영화를 즐기면서 말이다. 상상만으로도 기분 좋은 일이닌깐.
그날도 평소처럼 출근을 했고, 자그만한 비행기는 금세 승객들로 가득 찼었다. 이륙전, 승객들에게 안전벨트를 매라는 안내를 하면서 비행기 끝으로 향하던 중,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다. 맨 끝좌석, 한 필리핀 승객이 영상통화를 하면서 화면 속 연인과 마지막 인사를 하고 있었다. 그녀는 핸드폰을 구명조끼처럼 꼭 쥔 채 좀처럼 통화를 끊지 못했다. 이륙이 임박했기 때문에 핸드폰을 꺼달라고 안내 해야했으나 도저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나는 해야할 말을 하지 못한 채 주위를 서성거리다가 시간을 벌기 위해서 기내를 한바퀴 다시 돌고 왔다.
아마 연인을 두고 먼 타지로 일을 하기 위해 떠나는 길이었을거라 생각한다. 여성은 여전히 흐느끼고 있었고 그건 내가 알아듣지 못하는 언어였지만, 나는 그 속에서 아주 깊은 슬픔을 느꼈다. 그 때 처음으로 생각했다. 비행기엔 슬픈 사람도 탄다고.
비행을 하다 보면 여러 연인들을 만난다. 어느날은 프랑스 커플이 착륙과 동시에 서로 키스를 퍼붓기도 했다. 그럴때면 나는 눈을 어디에 둬야할지 몰라 난감해진다. 가장 자주 보이는 모습은 이착륙때 서로의 손을 꼭 잡는 커플들이다. 나는 그 모습에서 가끔 비장함과 다정함을 느끼곤 한다. 이 비행기가 무너져도 나는 너를 지켜주겠다는 비장함과, 내가 있으니 아무것도 걱정하지 말라는 다정함.
그런 모습을 볼 때면 나는 저 순간들을 오래 지켜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또 어떤 날은 한 커플이 나에게 다 먹은 기내식 트레이를 건네주었는데 두개의 트레이가 정성스레 쌓여져 있었다. 하지만 카트 안에는 트레이가 한 칸에 하나씩만 들어가기에 나는 쌓은 걸 평평하게 다시 정리하고 있었는데 커플들의 대화가 들려왔다.
‘저렇게 주는게 아닌가봐, 도와주려고 했는데 더 번거롭게 만들었나봐’
그 커플의 대화가 귀엽고 웃겨서 난 그들을 쳐다보았다. 그들은 어쩔줄 몰라하더니 나에게
‘도와주고 싶었는데,,’라고 말을 흐렸다.
물에 홀딱 젖은 강아지 마냥 나를 쳐다보는 그 두쌍의 눈동자에 결국 나는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장거리 비행이라 기내식 서비스가 한 번 더 남아있었다. 나는 선심쓰듯 ‘한 번 더 기회를 줄게’하고 트레이를 정리했다.
두번째 서비스가 나가고 그 커플의 차례가 왔다. 그 둘은 비장한 표정으로 예쁘게 정돈된 트레이를 내밀었다. 어쩐지 칭찬을 바라는 듯한 눈빛까지, 나는 이 커플이 너무 사랑스러웠다. 서비스를 마치고 나는 비즈니스 클래스에서 남은 간식들을 앞주머니에 넣어 그들에게 건네주었다. 커플은 간식을 받고 너무 많다며 거절했다가 집에 가져가도 된다닌깐 그제서야 조심스레간식을 받았다. 그들의 화면에서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가 흘러나오고 있었는데 귀여운 커플은 영화도 귀여운 걸 보는구나 라는 생각을 잠시 했었다.
비행기 안에서는 온갖 희노애락을 다 볼 수 가 있다. 누군가는 비행을 무사히 마치겠다는 다짐을, 누군가는 슬픔을, 누군가는 사랑을 싣고 탄다. 행복한 사람들만 탄다고 생각했던 비행기는 알고보면 온갖 감정들로 가득 차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