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작복숭아의 계절

기내에서 살아남기(8)

by 여름소녀

무르익다:

1. 과일이나 곡식 따위가 충분히 익다

2. 시기나 일이 충분히 성숙되다


청량한 맑은 하늘에 심장 모양의 구름이 떠 있다. 무르익던 여름도 이제 지고, 홍콩에도 서서히 가을이 오나보다.


한 입 베어물면 달큰하고 끈적이는 과즙이 손목을 타고 흐른다. 손목을 뽀뽀하듯 입술로 훔치며 여름을 삼킨다. 여름의 사랑을 논하라고 하면 나는 무조건 ‘ 납작복숭아’라고 답할 것이다. 유럽비행은 싫지만 오직 납작복숭아를 먹기 위해서 유럽까지 가는 나야말로 진정한 여름의 추종자라고 할 수 있다.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 설명하고 싶다. 글은 어릴 때부터 종종 써왔었다. 주로 일기를 썼고, 과제로 내던 글들이 상까지 받는 경우도 있었다. 글은 늘 나에게 익숙한 존재이자 친구같은 관계였다.

그리고 내 학창시절의 꿈은 바뀌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운동선수 ,작가, 승무원.

친구들은 종종 한 달에 한번씩 꿈이 바뀌거나 또는 대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도 꿈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

서른에 가까워진 지금까지도 나에게는 저 세개의 꿈밖에 없다. 그리고 저 세가지의 꿈을 담은 세게는 거대했다. 저 세개의 꿈 중에서 현재는 안타깝게도 하나밖에 이루지 못했다. 처음으로 가져본 운동선수의 꿈은 가장 강렬했고 지금까지도 그만둔걸 후회할 정도로 진심이었던 나의 첫 꿈이다. 운동선수를 그만두고 다른 목표를 찾기 위해서 잡았던 게 바로 작가의 꿈이다. 그때는 그냥 책을 읽는게 좋았고 글을 잘 쓰고 싶었다. 이후에 승무원이라는 꿈을 갖게 되면서 나는 승무원이 되기 위해서 노력 했다.


승무원이 된 후, 1년만에 코로나가 찾아왔다. 나는 먼 중동 땅에서 집밖에 나갈수도, 할 수 있는 것도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서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비행만 할 줄 아는 바보가 되고 싶지는 않았다. 갇혀 있는 시간동안 나는 계속 읽고, 쓰고 또 다양한 영화들을 보기 시작했다듬어다.


지금 내 인생은 잘 익은 복숭아처럼 무르익었을까?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글을 쓰고 비행을 하고 있다. 무르익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 과정이 조금 더 길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최선의 결과 끝에 가장 달콤하게 무르익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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