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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 쑤 Feb 13. 2017

쓸데없는 글쓰기

생각할 만한 가치가 없더라도 무엇인가를 복원해야 한다.

아니 강박적으로 쌓아 올리는 건 헛짓일지도 모른다.

일찌기 나쁜 것들을 떨궈내다가 좋은 것들도 함께 떨어져 나갔다. 내게서 멀리멀리. 지금 여기에서 그러모으는 것들은 싸구려 시퀀스이거나 모조 보석일수도 있다.

줄이 이미 끊어졌는데 무엇으로 엮겠다고 먼지 구덩이 바닥을 훑고 있나.

나에게 과거가 없이 미래가 없다는 걸 알고 있다.

의미가 없이는 한발자국도 나아갈 수 없으므로.


내가 언제 가장 생생하게 살아있었나.

그 기억을 떠올릴 수가 없다.

지금 이순간, 내가 경험하는 것들이 너무 살아 펄펄 뛰는 것이 겁이 나서,

어쩌면 그래서 나는 다시 옛법을 부활시키려고 했고,

다시 내 몸을 묶고 약품 처리하는 과정을 다시는 하기 싫다는 몸의 거부가 일어났다.

그래서 쓴다.

쓴다는 것은 발굴 작업이다.

때로 나는 지나온 길들 위에 말라 붙은 나의 토사물들을 확인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것을 보고 다시 내 속을 다시 쏟아내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고고학자는 남아있는 토사물을 핀셋으로 골라내며, 그때를 살려낸다.

상상하고 또 상상하며 그 날의 공기와 온도, 울림을 재현하려고 한다.


나쁜 것은 없다.

나쁜 것이 나를 말려 죽이지 못했으니 나는 그것을 내 안으로 다시 들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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