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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 쑤 Feb 15. 2017

얼음이 깨지는 소리

두껍게 얼었던 강물이 깨질 때 나는 소리를 알아?

얇은 얼음은 찌걱 찌걱 소리를 내면서 깨지지만

겨우내 저 물밑의 세계를 여기와 가를 만큼 두꺼운 얼음일 경우에는 달라.

코가 매울 정도로 찬 공기, 바위처럼 단단한 강위에 올라서서 온몸으로 발을 굴렀지. 궁궁. 방음문을 닫은 저 안에서 지르는 소리였을까. 그때. 어디서 날짐승이 울었나? 공기 한가운데를 가르는 맑은 소리가 쩡 하고 울리는 걸 들었어.



남자를 잃는 슬픔이 살갗을 파고든다면

아이를 잃는 슬픔은 토막토막 끊기는 아픔이야.

잊을 수 없는 행복한 장면을 떠올리다가

갑자기 그 아이는 더이상 없다는 생각이 들어 숨이 가빠졌어. "어디서 이렇게 이쁜 사람이 왔을까?" 가는 손가락으로 내 머리를 쓸어내리면서 미장원 놀이를 했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구조물은 아마 아이 손일거야. 그 놀랍도록 부드러운 손으로 내 머리를 어루만져주었어. 그리고 아이를 재울 때 절로 나왔던 탄사를 내게 돌려주었지. 남루했던 내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왕인 마냥.

 그런데 그렇게 어여쁜 아이에게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가 떠올랐어.

한 뼘 정도 더 자란 그 아이의 등을 손지갑으로 쉴새없이 후려쳤어.

"엄마 아파요" 나는 아이에게 뒤돌아 손을 들고 있으라고 했어. 우는 소리를 내지 말라고 소리를 질렀지.


악에 바친 나는 순결한 아이의 눈이 지겨워서 소리소리 질렀어. 나는 불행하다고. 너희들까지 내 말을 들어주지 않아 견딜수가 없다고.

내가 그 아일 버렸어. 아이들은 상처받기 전의 나이로 돌아가지 않지.



길을 걷다 두꺼운 얼음이 쪼개지는 소리를 들었지. 코 끝이 매워지면서 물이 울컥 넘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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