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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 쑤 Mar 28. 2017

어느 날 그녀가

허렁허렁 휘청휘청 걷다가 갑자기 그녀를 만났다.

"안녕? "

그녀도 허렁대고 있었다.

날 보더니 사뭇 빚진 사람처럼 주저하며 말문을 열지 못했다.

"어디가 아파? 힘든 거야?"

그녀의 눈은 나를 보거나 보지않았다. 아니 그 눈들은 나를 통과한 어딘가를 보고있었다. 마음은 잠깐 닿았다가 이내 어느 먼곳으로 흘러간다.

"내가 서있는 이곳이 내가 서있을 곳이 아니에요.  나는 어떻게 하나요?"

그녀의 질문은 도발적이었다. 움츠린 태도에서 예상된 질문이 아니었다.

"나에겐 날개도 있고, 나를 묶고 있는 밧줄도 있어요. 가장 무서운 건 밧줄이 아이들에 연결되어 있다는 거죠."

맙소사. 그녀의 아랫도리에는 희고 질긴 퍼런 핏줄이 도드라진 탯줄이 두 개나 있었다.

탯줄 끝에는 꼬물거리는 아기가 두명 달려있었다.

그녀를 따라온 발자욱마다 피가 묻어 있었다.

"대체 여기까지 어떻게 온 거에요."

"시계 초침 소리가 들려요.그건 내 귀에 붙어 있어요"

아, 고백하자면 나도 역시 그녀의 눈을 똑바로 볼 수 없었다.

돌아서 내딛는 그녀의 발은 상처투성이였다. 한 걸음 마다 발은 오랫동안 허공에서 주저했다. 발은 지면에 닿기 전에 다시 제자리로 되돌리는 듯했다.


흔들린다. 한 걸음 한 걸음.

그러나 멈추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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