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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 쑤 Feb 20. 2017

Scene #3

코너를 돌아 버스가 보이면

발밑에서 쿵쿵 소리가 났다.

그 아이가 탔을까, 아니라면 그녀는 이 차를 마지막으로 타고 가야 한다.

학원의 철문이 닫히기 전에 들어가야 하니까.

버스차창 너머에  길쭉한 그 아이가 부러 서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

얼굴이 화끈화끈한 그녀는 버스에 올라탔다.

그 아이는 가방을 올려 두 자리를 맡아놓았다.

"여기 앉아." 목소리가 떨린다.

"응" 예상보다 큰 목소리로 말했다.

이런,  떨림을 제어하는데 실패해버렸다.


나란히 앉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우선 다리가 서로 닿지 않아야 하므로 내내 힘을 뺄 수가 없는데

그렇다고 얼굴까지 굳어지면 곤란하다.

그런데 심장은 마치 그 아이랑 닿기를 원하는 것처럼

튀어나올 것처럼 점점 더 크게 뛰고 있다.

뭐가 뭔지 모르게 정신이 없다.

그 아이가 말한다.

"껌 씹을래?"

아, 구세주같다. 껌을 씹으면 이 긴장을 씹는 걸로 대신해버릴 수 있겠다.


그녀는 껌을 받으면서 슬쩍 그 아이 얼굴을 보았다.

얼굴에 여드름이 벌겋다.

여드름 하나하나가 부끄럽다고 말하는 것 같다.


껌을 받아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껍질을 벗기는데

그 아이가 슬쩍 껍질을 벗겨준다.

고마워라고 조그맣게 말하곤 입에 껌을 넣었다.

딱딱한 껌이 씹어도 좀처럼 뭉쳐지질 않는다.

침은 나오질 않고 자꾸 껌이 토막토막 끊긴다.

유난스럽게 턱을 크게 움직일 수도 없어 혀로 살살 껌을 돌린다.

그 아이가 뭐라고 물었는데 잘 못 들었다.

응? 하고 되물었지만 역시나 목소리가 개미만하다.

잘 들을려고 고개를 돌렸지만

커다란 그 애 눈과 마주치면

몸이 빨려들어가기라도 하는지

자기도 모르게 몸을 바깥쪽으로 뺀다.

하지만 소용없다.

마주친 눈길은 순식간에 몸속으로 쑥 들어가 앉아있는 자세가 휘청한다.

몸 속이 커다란 공명통이라도 된 것 같다.

심장 소리가 귀청을 때린다.

그렇지만 정신을 차리고 그 아이 이야기에 답한다.

"아~. " 좀 더 대답을 길게 할 순 없었을까 속으로 책망하면서.


끼익, 어느덧 버스가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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