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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 쑤 Dec 15. 2017

커피 맛을 모른다는 남자

10월의 낮은 외투를 들고 나온 아침을 너끈하게 배신한다.  

다행히 도로 안쪽에 조성된 공원에는 수풀이 우거져 있었다

그래도

감색 수트를 입은 너와 무릎 아래로 퍼지는 A라인 스커트와 셔츠를 입고도 트렌치 코트를 들고 나간 그녀는 걸을수록 후덥지근해지는 체온에 몸이 축 쳐졌다.

시간은 또각거리는 구두 소리를 따라 상기된 채 20여년을 거슬러 올라갔다.



헨젤과 그레텔은 달콤한 과자를 원했기 때문에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을까?

숲에 버려진 아이들은 낮 동안에도 정말 슬펐을까?

숲이 놀아주는 낮에도 정말 슬펐을까?

숲길을 따라 같은 자리를 맴돌던

아이들은 숲의 끝에서 길을 찾아냈다.


잔디가 깔린 카페로 들어간 그들은

양지바른 의자에 앉았다.

너는 싱그럽게 웃으면서 얘기했다.

'사실 난 커피맛을 몰라'

소박한 그 말에 왜 그녀는 가슴이 철렁했을까.

너의 옆으로 세월이 바람처럼 지나갔다.

얘기를 하다가 가슴 속이 얼음처럼 차가와졌다.

둘은 말을 잇지 못하고, 거품이 올라오는 물과 얼음을 넣은 찬 커피를 빨대로 소리내며 마셨다.


아무말 없이 햇볕을 쪼이면서 시린 마음을 데울 시간이 필요했다.

시월 오후의 햇빛이 그렇다.

바위에 앉은 차가와진 변온 동물이 다시 움직일 수 있을 만큼만.

그 만큼만 내리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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