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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 쑤 Jun 27. 2018

미움

그녀는 말한다.

“나는 그를 미워하지 않아요”

하지만 서둘러 그를 미워하게 된 이유를 찾는다.


사랑받기 위해 찾아 들어간 골목. 눈 앞에 페인트로 써놓은 커다란 글씨를 읽는다.

'길없음'


그녀가 주저앉아 되뇌인다.

무엇에 홀렸을까?

그 장면은 정말 일어난 일이었을까?


그것은 신기루였을 수도,

기적이었을 수도 있다.

아니 그것은 갑자기 이루어진 소원.

공주에겐 당연히 일어나야 할 일들.

오늘도 왕관을 고쳐쓰고

온화한 미소만 짓는다면

분명 사람들이 그녀를 사랑해 마지않을 것이다.


마치 아무 말이나 하고 싶은 아이처럼

그녀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보았을 뿐.

이런 것과 비슷하다

심하게 엄마에게 혼난 날

"티라노사우루스가 엄마를 잡아 먹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다가

깜짝 놀라서 착한 아이가 되겠다고 기도를 했지.


그녀가 만든 동화 속 세상.

거기엔 고약한 이복 동생이나 야멸찬 계모, 일만 하는 가엾은 난장이, 거울처럼 차가운 마녀와 독사과를 든 바구니가 있다.

착한 사람이라면누구라도 이 사람들을 미워하게 될 것이다.

아니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

왜냐면 길이 없기 때문이다.

사랑만을 원한 그녀는 결코 미움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므로.

그러나

미움 없이는 독사과를 뱉어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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