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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 쑤 Jun 17. 2020

불면

잠이 안오는 밤.

아는 선배의 친언니가 암투병을 하다가 돌아갔다.


평소같으면 처트니와 잼을 만들어 돌리고도 남을 선배가 앞마당에 떨어져 깨진 살구가 슬프다고 했다. 방에서 나오질 못한다.


내가 팔로우(대체 이걸 우리말로 뭐야해야 좋을지)하는 동화 그림작가가 위암 4기 투병을 하다가 이젠 더이상 아무것도 못하고 다놓은 심경을 짧게 올렸다. 난 아무 댓글도 달지 못했다. 생사라는 건 때론 너무 비정해서 이승의 사람들이 아무리 애원해도 물길을 바꾸지 않는다.


나는 온몸을 뉘였다 엎었다 구부리기를 반복하다 결국은 반듯이 누웠다..


나에게 물었다.

너는 삶이 무서우냐 죽음이 더 무서우냐고.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몰라

한참을 서성인다.


그래. 결국엔 나 전체를 상실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상실감 느낄 새도 없이

본체와 함께 이 세계가 사라져버린다는 걸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을까.

물론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진행될 일이다.

여전히 남아있을 세계는

나란 인간 수용체가 구성한 버젼을 삭제하고 나면 과연 차이가 있을까?


그러나 더 두려운 건 유한함 앞에 서있는 매번의 선택이다. 나는 날마다 돌아오는 하루가 두렵다.

매일 새롭게 비슷한 선택의 기로 위에 서야하는 두려움. 묵묵히 어제의 불나방 날개짓을 하지만 마음 속에선 매번 다른 고치를 짓다가 여기로 돌아온다.

어제의 행위로 달라졌을 오늘을, 어제 하지 않은 행위로 변화하지 못한 오늘을 마주하기.

나약한 인간임을 웃으며 인정하고.

내 손길이 닿는 주변을 갈무리하는 매일.

무한반복의 아둔한 습관과 이성의 클리셰에 얽혀 굴러가는 관성의 삶.



네가 두려운 것이 무엇이냐

잊혀짐과 소멸인가

수십번을 환생해도

도돌이표만 찍게 되는 무거운 삶인가.


오늘도 육체의 눈으로

침대 위에 둥실 뜬 영혼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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