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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 쑤 May 24. 2016

은전 나무

바람이 불면 유난히 깔깔거리고 웃는 나무가 있다.

둥글고 넙적한 이파리가 뒤집힐 때마다 은전처럼 반짝인다.

바람에 따라 제 잎을 뱅글뱅글 뒤집는다.

다른 나무들이 팔을 뻗고 우아하게 움직이거나,

바람따라 출렁출렁 가지 전체를 휘젓는데,

그 나무는 나뭇잎마다 팔랑팔랑 웃어제낀다.

누가 간지럼을 태워서 견딜 수가 없다는 듯이.

저 나무는 철이 아직 들지 못한 게야.

철이 들어 가지가 묵직해진 나무는 제 몸 사이로 바람이 빠져나가도록

가지 사이를 벌려놓았어.

간지럽힐 때마다 웃지 말라고 이파리를 뾰족하게 만들었어.

아니면 저마다 팔랑댈까봐 이파리끼리 몸을 맞대고 있어.

그렇게 키가 클 동안에도

너는 아이처럼 살아있구나


바람이 미치게 불 때 다들 주저할 때

폴짝폴짝 나풀나풀 춤추는구나


아기의 입김처럼 부드러운 바람이 불 때

솜털이 하얗게 미소짓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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