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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 쑤 Jul 08. 2016

엄마

사적인 기억들

엄마가 된다는 건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건 설명할 수 없는 세계로 무조건 진입하게 된다는 뜻이다.

그건 육체와 정신이 본디 원하는 것이 하나였음을 체험하게 하는 여정이다.

물론 여자도 사람이다. 그래서 아무리 강력하게 연결된다해도 존재를 부셔서 하나로 뭉칠 순 없기도 하다.

그렇지만 엄마가 된다는 건 여자의 몸이 온통 생명을 배어 길러내기 위한 계획 중에 있었음을 알게 되는 것이다. 그건 한 존재를 향한 소원이 몸과 마음의 전부가 되버린다는 것이다.

비릿한 젖냄새와 시큼한 똥냄새, 아기 머리 꼭지에서 나는 땀냄새, 아기의 침냄새.

일생을 통털어 이런 후각의 테러가 없는데도 엄마는 아기에게 반해 절절 맨다. 아니 그 냄새들이 얼마나 황홀한지 거기에 푹 절어 헤어나오기 싫을 때가 있다. 달콤한 살 냄새에 부드럽고 따뜻한 포옹.

엄마는 고약스런 울음소리나 자다가 내는 끼잉 소리에도 가슴이 벌렁거리고 가슴이 설렌다.

아기가 배가 고파 얼굴을 찌푸리면 벌써 알아듣고 젖이 팽 돈다. 내 몸은 네 꺼야. 가장 열정적인 커플이나 읊어댈 말들을 아기에게 얼마든지 외쳐도 좋다. 누군가가 나에게 이렇게 의존한다면 기가 질려 도망갈텐데, 아기는 엄마가 점점 더 원하게 만든다. 잠이 모자라 머리를 풀어헤치고 얼굴이 푸석한데도 그녀는 아기가 웃을 때마다 경탄한다. 아기는 알에서 깨어난 애벌레보다도 미약하고 무력하다. 제 몸을 가눌 수 조차 없어 수시로 엄마를 부른다. 그 철저한 의존은 사랑을 에로틱함에서 성스러움으로 끌어올린다. 내 몸에서 네 살을 만들어 꺼내어 놓고 내 젖으로 너를 빚어내니 눈부신 웃음은 나를 창조주의 기쁨에 젖게 만든다.

너의 모든 것이 나의 신성함을 빛나게 한다. 아니, 너는 너무도 깨끗하고 신령스러워 네가 날 원한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여자는 신이 준 고통을 통해 신이 되는 기쁨을 맛본다. 그것은 생명과의 합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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