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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 쑤 Jul 12. 2016

무엇이 그녀를 남다르게 하는가

묘한 기분이 든다.


밀당이 있고 기브앤 테이크가 확실한 사람.

사실 그런 사람을 건강하다고 본다.

밑도 끝도 없이 퍼주기만 하는 사람,

늘 괜찮아 하고 웃는 사람은

나로선 얻는 게 있다고 해도

뭔가 피학적인 사람이 아닌가 하고 되묻는다.


그런데도

공동체는 그렇게 간단한 곳이 아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지식은 한계가 있으며

각자는 무한정 노동이 가능하지도 않다.

무언가 축적되고, 양적 변화를 넘어선 질적 변화를 맞으려면

나눔이 필요하다.


그녀를 처음 봤을 때

의문이 들었다.

자기 소개도 없고,

첫 만남인 소규모 교육 중에 갑자기 일어서더니

리더에게만 인사를 하고 조용히 사라졌다.

나머지 사람들 중에도 처음 보는 사람이 있었지만,

시작 전부터 서로 음료를 건네 주면서 얼굴을 익혔다.

그러나 그녀는 한쪽에 조용히 앉아

대화에 끼는 것도 안 끼는 것도 아닌

뭔가 고압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내가 당신들과 어울릴 군번은 아닌데 하는

느낌을 강하게 풍겼다.

결정적으로 평균 연령으로 볼 때

그녀는 훨씬 젊다.

젊다는 것이 취약점일 때가 있고,

권력일 때가 있는데,

그녀의 젊음은 이 중에 자신이 우뚝 선 존재라는 걸

자기도 모르게 풍기고 있었다.


그녀는 그렇게 조용히 사라졌는데,

우리들의 일이 시작되고 나서는

사뭇 정신없고, 힘든 기색이 역력했다.

아이를 맡기고 오느라 힘들었다며

준비 직전에 와선,

자신의 물건을 챙기면서

작은 부탁들을 계속 한다.

무례한 것도 아니니

정색을 하고 거절할 이유도 없다.


그리고 이쪽에선 당연히  선의로 내어준다.

사실 대단할 것도 없고

그녀는 힘들어 보이지 않는가.

또 알지 않는가

아이를 키우면서 일을 한다는 건

좋은 사람도 반쯤 정신없고 싸가지 없는 년으로 만든다는 걸.


각자의 작업이 끝난 후

그녀는 자신이 한 작업에 대해서 얘기하면서

우리들의 지지와 인정을 끌어낸다.

자신의 독보적인 전문성을 감출 수 없다는 듯이.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는 이렇다할 피드백이 없다.

마치 지적할 것이 있으나 침묵으로 가리고 있다는 태도였다.



결정적인 것.

자신만의 자료를 가져와 특별한 작업을 할 것이라고 말한 그녀에게

자료를 잠깐 보겠다고 한 후

참 좋은 자료 같아 보이니 나도 써도 되겠냐고 하니

파일은 줄 수 없고, 복사하라고 한다.

그녀가 내게 요청한 자료는 파일로 요청하면서 말이다.


어떤 사람에게 가면,

자원이나 에너지가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듯이

다 집중된다.

주변 사람들이 느끼는 건

불균형함인데,

왜냐면 그녀는 불쌍하게 보이지만

실상은 특권적이기 때문이다 .

자신을 인정하지 않으면 안되게 강하게 어필하고 있다.


불쌍한 그녀의 특출난 능력을 지지하고 독려하다가

얼핏 이상한 기분이 든다.



그래서 나는 그녀가 부탁한 파일을 전체에게 모두 나누는 것으로

그녀가 애교로 따낸 특별한 대우를 뭉개버렸다.


평등한 공동체가 아닌 다른 곳에서

그녀를 관찰하면 더 정확히 알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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